이미혜 대표
▶ 언제 와도 낯설지 않고 편안한 곳, 작업과 관계 없이 즐겁게 발길이 향하는 곳, ‘온리우드’가 꿈꾸는 공방의 모습이다. 올해 초 시작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느끼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온리우드 이미혜 대표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오늘도 과정의 즐거움을 누린다.
 
플랏랜드 스툴

접근성이 높은 그녀의 작업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가을의 분위기를 덮은 11월의 어느 날, 서울 천호동에 위치한 ‘온리우드’ 공방을 찾아갔다. 간판 하나 없어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나무의 기운을 쫓아 지하 작업실로 내려가니 모든 것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온리우드’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그녀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그녀는 “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꾸준히 시도할 수 있는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라고 운영의 목적을 밝혔다. 현재는 개인 작업과 함께 아카데미도 운영 중인데, 무엇보다 원목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아졌으면 하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원목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원데이 클래스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고자 한다. 매일 이 공간을 청소하며 ‘극강’의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서랍장
수납 테이블
구조적 재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가구
“기성품에서 볼 수 있는 걸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구조적으로 재밌는 것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평면의 테이블 이지만 상판의 일부를 누르면 여러 공간이 올라오는 재미있고 실용적인 제품이나, 접히면 수납장이지만 열면 미니홈바처럼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등장하는 구조적인 면이 돋보이면서 쓰임새도 갖춘 가구들을 만들었다. 구조도 중요하지만 그 물건이 아름다웠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 때문에, 때로는 좋은 비율을 찾기 위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와인렉 같은 경우 계속해서 모델링을 돌리면서 긴가민가 생각이 들면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여러 버전의 시제품을 남기며 최상의 비율을 찾기 위해 물건을 계속 제작했고, 결국에는 실용성도 갖춘 결과물이 완성됐다. 실용성이 우선은 아니었지만 만들다 보니 그런 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그녀는 보통 구조나 기능을 먼저 생각해보고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 확인한다. “내가 와인을 수납하고 싶은데 어떤 방식이 있을까?” 그런 질문 끝에 여러 조합을 변형하다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것부터 실용적인 것까지 40~50개 정도의 후보가 뽑힌다고 한다. 한 물건에 대한 다양한 방식을 뽑아보고 거기서 하나씩 추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수납장은 설계만 8개월이 걸린 적도 있다. 새로운 작업은 그렇게 데드라인을 두지 않고, 막히면 놔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그녀에게 이 공간은 그런 작업들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와인드레서

ONLY ONRHEE WOOD
그 결과물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의미의 ‘Only’와 공방 대표의 성인 ‘Rhee’의 중의적 의미를 살려 만든 이름 ‘ONRHEE WOOD’, 그녀는 이 공간이 항상 오고 싶은 공간이었으며 한다. “저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나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일종의 놀이터처럼 말이죠. 하다못해 스케치를 하더라도 편하게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설명을 듣다 보면 ‘영감을 주는 놀이터’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이런 대화를 나눌 때쯤 한 회원이 내려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작업을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확실히 그녀의 바람이 이 공방에 잘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헤링본테이블
‘이거라면 평생 할 수 있겠다 ’생각돼 시작
그녀는 언제부터 이런 공간을 꿈꾸었을까. 3년 정도 목공을 배우고 작업을 하면서, 그녀는 점점 더 나무를 만지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고백했다. ‘이거라면 평생 할 수 있겠다’.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자는 마음으로 목공을 시작했지만, 그녀는 거기서 금방 지속가능한 기쁨을 발견했다.
그녀는 원래 오랫동안 예술 계통 분야에 몸을 담았었다. 거의 그 분야의 끝을 볼 정도로 공부했지만, 평생 그 일을 재미있게 할 자신이 없었다. 너무 맹목적으로 쭉 걸어온 길이라 어느 순간 본인이 관심 있는 부분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그 길을 찾아 나섰다. 그녀가 처음 선택한 분야는 패션이었다. 원래부터 관심이 많아 영국까지 유학을 갔지만,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학연수만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목공. 나름의 선택지 중의 첫 번째로 했던 일인데 너무 잘 맞았다. 드디어 그녀는 평생 즐겁게 할 일을 찾았다. 
 
의자
과정 자체를 즐기다보니 작업이 곧 기쁨 돼
최근에 그녀는 ‘쉼’이라는 주제로 열린 의자 전시에 그녀가 만든 이지체어와 캐비넷을 들고 참여했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런 전시회는 결과물을 평가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녀는 아직까지 어떤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를 ‘우드 디자이너’로 명명했다. 그녀는 “제가 하는 작업이나 운영 방식이 일반 목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품이나 구조물 등도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가구 디자이너로 한정되기 싫었어요”라고 이유를 밝혔다. 
공방을 운영하며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을 즐기려했지만, 처음엔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지나고 보면 과정이지만 하나하나 다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다.
처음 공방을 공사하고 전기를 설치할 때, 예산이 없으니 같이 작업하자고 기사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거절했다. 물론 작업 후에는 반응이 달랐다. 이러한 편견 탓에 도구가 있으면 전혀 문제가 안되지만, 여전히 여자라서 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이런 모든 과정을 즐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녀가 행복할 때는 회원들이 실수하고 좌절해도 그 과정을 재밌게 생각할 때다. 이 공간은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의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놀이터가 되는 목공방 되고파
그녀는 이곳이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한다. 동시에 본인도 이곳에서 과정을 즐기며 본인만 만족하는 결과물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쓰임새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비싸서 모셔만 놓는 원목 제품이 아닌, 쓰면 쓸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물건을 그녀는 계속 만들 것이다. 체리나무가 시간을 입으며 색이 깊어지는 것처럼, 그녀가 겪는 모든 과정은 ‘온리우드’를 더 깊은 수준으로 이끌 것이다.

온리우드
공  방  명: 온리우드
대  표  자: 이미혜
품        목: 원목 가구, 주문 제작, 목공교육
창  립  일: 2017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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