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아성건축사사무소

장순용 대표

가끔 서울 근교의 등산을 하면서 능선 위의 암반에 힘들게 뿌리를 박고 밑둥치의 일부분은 암반에 걸터앉은 듯한 모습으로 외롭게 서있는 소나무를 볼 수 있다. 모진 풍파를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푸른 솔잎을 가늘게 흔들며 서있는 소나무를 보면 생명의 끈질김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암반의 절리 틈으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도 경이롭고 수분을 섭취하기도 어려운 곳에서 순수하게 자연의 환경에 적응함과 동시에 발육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모습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저리도 힘든 환경에서 생명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점은 인생살이를 돌아보게 한다. 
오래된 한옥에서 굴곡진 대들보를 떠올리게 되면, 이와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목재의 연륜은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을지 궁금해지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비교하면 비중이나 강도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도 호기심이 생긴다.
이런 저런 연상을 하다보면, 오래 전에 일본 여행 시에 구입한 각종 목재의 재질, 용도, 색상 등등에 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목재의 여러 방향 단면에 대한 사진을 상세하게 수록한 책을 떠올리다가도 우리나라 목재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펼치는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책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아 출판계가 허덕이는 상황이니 일본의 출판업계의 시장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옥 설계를 하면 목재에 대한 정보가 절실히 요청 된다. 국내에서도 생재의 나무에 대한 원문서적은 출간된 것이 적지 않으나 건축에 이용될 목재로서의 국산 목재에 대한 서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하겠다. 나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건축용 목재에 대한 연구에도 노력을 하여 출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국가적인 투자를 통해서 각종 목재의 샘플을 수집하고 재질과 색상, 강도와 가공성, 용도 등을 분석하고 정리하여 체계적인 기초정보를 정리해야 할 분야이지, 개인의 연구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은 기초적인 연구 투자에 인색한 우리나라의 여건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추론이 되면서 산림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건축용 목재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기를 부탁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생각나는 것은 각종 목재의 샘플을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카탈로그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본의 상황이 여러모로 부럽게 느껴진다. 
목재에 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핸드북처럼 작은 책자를 만들어 내는 일본의 현황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아쉬움이 크고, 한국목재신문이 이와 같은 기초적인 연구에 투자를 요구하는 전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일에 한 몫 하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