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라운 김은혜(좌), 조성관(우) 대표

▶ 인공적인 재료와 달리 목재는 따뜻함을 품고 있다. 그래서 원목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따뜻함을 재료로 우리 일상에 훈훈한 온기를 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무 그대로의 색 위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고자 하는 ‘로브라운’. 두 디자이너가 품고 있는 그 따뜻한 생각이 궁금하다.     

전경

디자인이 더 부각되는 곳
겨울이 깊어질수록 따뜻한 느낌의 색감과 재료를 더 찾게 된다. 아무래도 겨울엔 철제나 플라스틱 의자보다 원목으로 된 의자가 더 좋다. ‘Rawbrown’이란 공방의 이름은 왠지 따뜻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Raw’ 다음에 붙은 색깔이 blue, black, navy가 아닌 ‘brown’이 아닐까. 공방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 원목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하니 벌써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원목을 이용해서 목공예품과 가구도 만들고, 때에 따라서 인테리어나 브랜딩 작업도 합니다. 가구와 결합해서 브랜딩 로고나 간판을 만들기도 하고요. 나무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은 다 하고 있습니다. 주문을 받아 원목가구를 제작하는 공방이라기보다 디자인이 더 부각되길 원하는 공방입니다”.
이곳은 두 사람의 디자이너가 공동 대표로 운영하는데 조성관, 김은혜 대표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제품을 만든다. 최근에는 주로 북램프, 레이저 각인이 된 노트나 컵받침, 티슈케이스나 플레이트 종류와 같은 소품들을 만들었다. 개인 상대로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지만 우드쇼나 전시회를 나간 이후로는 일반 업체들로부터 소품이나 협업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기존의 ‘로브라운’이 가지고 있던 제품의 포맷들을 조금씩 변형해서 개발해 달라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이런 작업들과 주문제작 가구 위주로 하고 있지만, 그들은 점차 ‘로브라운’만의 디자인을 입힌 가구나 소품들을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우든노트

    

우드플레이트

졸업 작품을 계기로 공방 창업까지
“나무가 가진 자연친화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정직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로브라운’은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그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다. 남부교육기술원에서 교육을 받고 졸업 작품으로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북램프’로 한 전시회에 참여했는데,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특별전에 그 작품이 초대를 받은 것이다. 
조 대표는 “특별전에 들어가려면 사업자를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의도치 않게 사업자를 내게 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공방을 시작하자고 맘을 모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원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천천히 공방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들은 생각보다 빨리 공방을 열게 됐다. 처음엔 신월동에서 작고 편한 공간에서 부담 없이 시작했다가 지금은 방배동에 자리를 잡았다.

 

월넛_우드슬랩

교육보다 만드는 게 좋아서 시작
“우리 둘 모두 사업적으로 그렇게 센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잘 상대하는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같이 하게 됐지요. 공방 교육은 안하고 있고 오직 제작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서 문제가 될 때가 있는데 그래도 되도록이면 교육보다는 만들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걸 디자인하고 만드는 게 좋았다. 그렇게 물건을 만들다가 산림청 산하기관이나 여러 업체들로부터 연락이 왔고 판촉물이나 기념패 같은 소품들을 많이 진행하게 됐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진행했다기 보다는 본인들이 디자인하고 물건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찾고 같이 일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목공 교육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홍보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어서 간판도 작게 달고 욕심 없이 운영했다. 최근에는 기회가 된다면 페어에도 더 많이 참여하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 볼 계획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가장 큰 초점은 새로운 걸 ‘만드는 것’에 있다. 

매거진랙

‘북램프’부터 시작된 실험
이곳이 탄생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북램프’는 그들에게 많은 숙제와 생각을 안겨준 물건이었다. 조 대표는 “어찌 보면 애증의 아이템인데, 저거를 만들면서 제품을 하나 상용화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됐습니다. 원목 소재의 특성에서 오는 변형을 어떻게 보완할지 단가는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대량으로 만든다면 어떤 루트를 택해야 할지, 이런 제약사항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죠”라고 고백했다. 그들은 결국 대량으로 만들다가 질이 떨어지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소량으로만 판매를 했고, 결국 시간대비 단가나 어려움이 많아 현재는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어쨌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아이템이었다. 
요즘도 그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레이저 각인이 된 노트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고, 차량용 방향제나 화병꽂이, 잡지렉 등도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서 진행해야 할지 계속 테스트 중에 있다. 물론 이런 실험들을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다 보면 때때로 의견다툼이 오고갈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대화 끝에 답을 찾아가고 있다.
 
직접 만드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
조 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상그래픽디자이너였다. 직업 특성상 컴퓨터 작업을 오래하다 보니, 그는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공방에 가서 스툴 만들기 체험을 했는데 그는 거기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발견했고 본격적으로 목공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소유욕 때문에 시작했어요. 가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날로 눈이 높아졌는데 살 수 있는 건 공장형 가구 밖에 없었죠. 그래서 목공을 시작했는데, 사실 확신이 있었어요. 너무 재밌기도 했고요”라고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김 대표의 부모님도 예전에 가구 짜는 목수 일을 했었다고 한다. 그 영향이 있었을까.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며 말렸지만 그녀는 망설임이 없었다. 만들고 싶었고 또 자신이 있었다.  

북램프

           

공방을 넘어 브랜드로 자리매김
“계속 이곳이 새로운 느낌을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로브라운’하면 거기 디자인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공방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남들이 안가는 길도 가보고 하면서 좀 다른 방식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싶어요”. 
그들은 ‘로브라운’이 공방의 이름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 그들의 소원처럼 신선한 생각을 유지하면서 디자인하고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단계에 진입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마 그 컬러는 ‘raw brown’일 것이다. 

로브라운
대  표  자: 김은혜, 조성관
품       목: 원목 가구, 소품, 인테리어, 브랜딩
창  립  일: 2015년 12월 14일 
주       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834-23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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