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로 퍼니처 최길호 대표

▶ 가구 하나가 공간에 놓였을 때, 그리고 그 가구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그 공간에 선물할 때, 최길호 대표는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자 하는 그는 오늘도 공방의 브랜드 마크인 고래처럼 목표를 향해 우아한 항해를 떠난다. 

스툴
테이블

한 중학생이 만든 ‘유등’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한 중학생이 있었다. 그에게 어느 날 유등 하나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진주 남강유등축제를 위해 지역 모든 중학생들에게 유등을 하나씩 만들라는 미션이 내려진 것이다. 그렇게 처음 무언가를 만들어 본 그 학생은 생각했다. “이거 재밌는데?” 축제에 온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가 만든 유등 옆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학생은 본인이 만든 첫 작품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그 이후 그 학생은 미술학원을 등록하고 나중엔 홍익대에서 가구를 전공하게 됐다. 처음엔 그저 만드는 게 좋았는데 결국 공방까지 차리게 됐다. 

콘솔

장인 정신보다 디자이너의 DNA로

최길호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나무 외에도 다른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는 “목공방이라고 해서 꼭 나무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본인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물론 나무를 주제로 쓰지만 그는 70%는 나무, 나머지 30%는 다른 소재에 쓰려고 한다. 그리고 잘 만든 가구보다, 감각적인 가구에 대한 열정이 크다. 그는 쉽게 보기 어려운 새로운 스타일과 느낌을 추구한다. 그는 “저는 장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가구 디자이너 입니다”라고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했던, 하지만 어딘가에 내재해 있던 바로 그 아름다움을 찾아 그는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 창의적인 디자이너의 DNA로 말이다. 

테이블

그냥 놓여 있을 때도 멋진 가구

“편안함은 기본이고, 사용하지 않을 때도 아름다운 가구를 추구합니다”. 공방을 운영하기 전 그는 친구들과 ‘KKLEM’이란 아동가구 브랜드를 공동으로 운영했었다. 그는 설계와 디자인을 주로 맡아 진행했는데, 가구공장에 가면 ‘왜 이런 걸 만드느냐’ 또는 ‘안 보이는 데 굳이 이런 걸 왜 하느냐’ 같은 핀잔을 많이 들었다. 자주 보지 않는 구석조차도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둘 때도 나름의 오브제로 공간을 채우는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철학은 직접 만든 빨래걸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빨래걸이는 그냥 두면 보기 싫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보관하는데, 저는 펴놔도 오브제처럼 보이는 가구로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라며 본인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 고객의 마음을 훔치려 한다.  

스피커

디자인을 현실로 가지고 오려는 노력

대학시절 그는 어떻게 하면 가구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들은 항상 투박했다. 그러던 그가 돌파구를 찾은 것은 산업디자인과 친구들을 만났을 때였다. 그는 “산업디자인과 친구들은 그런 프로세스 자체가 없더라고요. 부전공으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실제로 만들지 않고 보통 컴퓨터 렌더링까지만 하고 끝납니다. 그 때 생각했죠. 저게 가구가 될까 의문점을 갖지 말고 그냥 디자인 해보자고요”라고 생각의 전환점을 짚었다. 그렇게 가구의 다리도 얇게 해보고, 결합되는 부분도 줄여 나가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선을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시도했다. 그러다 선이 커지면 다시 결합방식을 고민하며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이제 그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로 처음 디자인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가구를 만들다보니, 그는 나무라는 소재에만 국한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령 스툴 같은 경우, 정말 얇은 다리를 갖고 싶다면 철로 된 동 같은 소재를 용접하고 어떻게든 나무를 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소재를 껴안으면 기존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 넘어 디자인 종이에 처음 그려진 것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노력의 연장선상으로 그는 ‘UTMOST’라는 디자인 그룹에 속해 다양한 영역과 함께 소통하며 현재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름의 느낌을 살려 ‘키로’를 시작 

‘키로’란 이름과 ‘고래’를 브랜딩 마크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는 “제 이름이 최길호인데, 이름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UTMOST’ 작가 분들과 이야기하다가 ‘키로’란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고 답했다. 논리를 가지고 이름을 짓는 것보다 그는 첫 느낌을 중시했다. 그리고 ‘고래’가 가진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통해서 특별한 감각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공방을 시작한지 1년, 이제는 어느 정도 운영이 정리가 되면서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교육을 하며 갇혀있는 자신을 반성

열린 사고를 가지고 디자인하는 그였지만 처음 교육을 시작했을 때는 딱딱한 느낌이 많았다. 짜임이나 대패 교육을 가르쳐야 할까. 다른데서 하니까 나도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부딪힌 교육생들은 그저 톱으로 나무를 한 번 자르는 것도 행복해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도 중요하겠지만, 대부분의 취미 교육생은 그저 나무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그는 스스로 갇혀있었다는 반성을 하며, 나무 외에 다양한 소재들을 소개하면서 여러 공예의 영역을 교육생들이 맛볼 수 있게 도와줬다. 그는 “이곳이 만드는 것의 파라다이스가 됐으면 합니다. 빠르면 내후년부터는 도예 작가를 모셔서 같이 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라며 계획을 밝혔다. 

공예 놀이터를 꿈꾸다

“학창시절 학과 학생회장을 하면서 제작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른 공예분야 간에 연계가 돼서 자유롭게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공방이 그런 ‘장’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장차 이곳을 공예놀이터로 꾸미고 싶다. 다양한 작가들과 교육생이 함께 어우러져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 그는 차근차근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겨보려 한다. 동시에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볼 것이다. 홈페이지를 보는 누군가가 여러 사람이 만든 작품들을 올렸구나 하고 오해할 정도로 말이다. 그가 지금처럼 자신의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키로 퍼니처

대  표  자: 최길호

품       목: 주문 제작, 목공 교육

창  립  일: 2017년 2월 1일  

주       소: 서울특별시 은평구 역말로 7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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