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얇은 합판의 경우 번들 단위로 측면에 찍힌 품질 표기 낱장 분리 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동일 제품 수출하는 공장이 아닌 돈을 내고 구매하는 업체가 모든 리스크 감당해야 하는 것은 주객전도 

<겉모습만 그럴싸한 형식적 제도>
■낱장으론 정보 확인 불가… “품질표시 무의미하다” 
제재목과 집성재에 비해 품질표시 및 사전검사 제도가 실시된 지 비교적 기간이 길었던 합판 업계는 대체적으로 목재산업의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합판의 품질표시 방법은 합판 낱장마다 앞·뒤 판면 또는 측면 중 한 곳에 개별 표시하며, 스탬프, 스티커, 압인 등으로 품질표시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고 간편하게 품질표시를 진행하기 위해 합판 측면에 품질표시를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합판 제품의 경우 두께가 최소 2.7㎜부터 35㎜까지 굉장히 다양한 편에 속하는데 어느 정도 품질표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두께의 합판이라면 쉽게 품질표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께가 얇아 품질표시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번들 단위로 품질표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번들 단위로 겹쳐 놓고 제품의 측면을 바라보면 품질 표시 정보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번들을 해체하고 낱장으로 나누는 즉시 측면에 새긴 품질 표시 정보는 모스부호처럼 점으로만 보일 뿐이다. 
두께 및 생산자, 생산 연월 등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명목 아래 목재제품의 품질표시 및 사전검사 제도를 만들었지만 형식만 그럴싸한, 일부 제품에만 해당되는 반쪽짜리 허술한 법이라는 것이 합판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아울러 합판 업체 관계자 A씨는 제품 분류 방법에 대한 불만도 언급했다. A씨는 “합판 제품 중 믹스드(Mixed) 제품이 있는데 이런 제품은 갑을판 사이에 있는 중판의 수종이 다르다. 그런데 수종이 소프트우드인지 하드우드인지 신경도 안쓰고 그저 겉에 붙여진 베니어만으로 제품을 분류한다”며 “수정 및 보완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구매 업체가 짊어지는 리스크 부담>
■생산 공장은 책임 묻지 않는 ‘주객전도’ 상황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수입한 각 업체마다 사전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A씨는 “합판 제품을 수종별, 규격별 등으로 나눴을 때 검사 한 번에 1억 5천 가량 소모되는 업체가 있다고 들었다. 같은 제품을 같은 공장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왜 매번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전검사를 업체가 부담하는 부분에 대해 “만약 해외 공장으로부터 샘플을 제공받고 제품을 사들였는데 사전검사를 진행했더니 샘플 제품 등급과는 다르게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높아 등급이 미달된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점을 관계 기관 직원에게 어떻게 해결하면 좋으냐고 물었더니 직원으로부터 전량 폐기하거나 도로 돌려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며 이어 “모든 리스크를 왜 돈을 주고 제품을 구매하는 업체가 져야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고 말하던 A씨는 “일본의 JAS와 같이 KAS를 만들거나 국가 차원의 품질 규격을 만들고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공장에 적용시켜 규격 미달 시 수출을 원천 차단해 버리면 알아서 공장이 규격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텐데 선진국의 사례는 살펴보고 제도를 만드는 건지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중하게 다가서야 한다는 입장>
■협회 통해 산림청과 소통 필요하다 의견
한편, 합판 업체 관계자 B씨는 “자신은 앞에 나가 얘기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회나 다른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에 순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판 등을 포괄하는 협회는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로 지난해 11월 목재제품 품질규격검사 관련 산림청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물론 협회의 활동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업체도 있지만 어떤 업계에서는 의견을 모아 건의를 올려도 상투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라며 협회와 산림청의 태도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통협회의 건의서를 살펴보면 ‘협회가 대리해서 진행하는 검사 신청 부분’은 산림청에서 의견 반려됐으며 ‘해외 생산자의 제품의 문제가 있을시 국내 수입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산림청에서 신중한 검토중이라고 답변을 받았다. 
또한 ‘검사 품목 간소화’는 품목에 관한 모든 검사이니만큼 임의로 분류할 수 없다는 산림청 입장을 확인했으며, ‘검사 비용 완화’에 관해 산림청은 상대적으로 경감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해줬다. 
또한 ‘품질검사 불합격 해외 생산업체나 협회 업체 등에 대해 공개·삼진 아웃제 실시 등을 요구’했으나 산림청은 검토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B씨는 “협회가 알아서 잘 해주고 있다. 유통협회의 행보를 믿고 협회 의견을 잘 따라 나갈 것”이라는 자세를 취했다. 
협회와 업체들이 생각하는 주된 쟁점은 ▲사전검사 항목 간소화 ▲포장용 합판에 대한 기준의 완화로 이를 시정하기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산림청의 답변은 사전검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규격 등도 준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고, 포장용 합판에 대한 기준 또한 실내에서 유통될 것을 감수할 것을 고려하면 마땅히 높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협회와 계속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제도 모르는 업체도 있어>
■품질표시제 정보 미비, 관계 부처의 법 홍보 요망
여전히 품질표시제가 널리 퍼져나가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여기저기서 아직도 품질표시제에 대해 “모르겠다”, “어떤 제도인지 설명해달라”라는 요청이 있었다. 관련 업체 C씨는 “품질표시제는 유통구조와 정보를 노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했다. 수입 유통회사가 공개되면 나름의 거래처를 확보하려는 경쟁적인 업계에서는 품질표시제로 인해서 오히려 자신의 업체가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이다. 이처럼 품질표시제 제도에 대한 인식조차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 관계자 D씨는 “그런 것은 큰 업체에서나 품질표시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제기하기도 했다. 
D씨는 “홍보물을 받아본 적도 없고, 홍보를 받았다고 해서 이해나 설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는 헷갈리지만 일단 법이 생겼다는 것을 안 시점에서 그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는 중도적 입장을 취했다. 
합판 품목의 품질표시 및 사전검사 제도가 시행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해당 제도를 전혀 모르고 있는 업체가 있는 것을 볼 때, 유관기관의 제도에 대한 홍보는 물론이고 사후 단속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품질표시제로 거래처의 중요 정보들이 유실될 수 있다는 문제점과 아직까지도 곳곳에는 품질표시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시행할 시 다른 손해를 입을 것이라 생각하는 업체들 또한 아직까지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해당 법령이 시행 중이지만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홍보활동과 업체별 인지조사를 벌여 적극적으로 법을 알려 나가는 일 또한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판 고시>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합판 고시에 따라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합판(국산합판, 수입합판)에 대해 해당 고시를 적용하며, 수출용 합판에 대하여는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합판은 로터리레이스 또는 슬라이서에 의해 절삭된 단판(중판에는 소각재를 포함)으로 3매 이상 구성되고, 단판의 섬유방향이 서로 직교하거나 평행하도록 적층·접착한 판상제품을 말한다. 합판의 품질표시 방법은 합판 각 장에 대해 앞·뒤 판면 또는 측면 중 한 곳에 개별표시하며, 스탬프, 스티커, 압인 등으로 품질표시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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