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나무 남현우 대표

▶ 많은 사람이 나무를 만지다 평안을 얻었다고 말한다. 남현우 대표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무를 가지고 단순한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생각의 여백’이 생깁니다. 색, 향, 결, 나무가 가진 물성 자체가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곳 목공방 ‘어제의 나무’는 그런 경험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나무주걱
수저와 젓가락 셋트

나무, 사람, 시간 

‘어제의 나무’는 나무를 매개로 작고 단순한 작업 방식을 취하는 곳이다. 작업실에서 손님들과 함께 같이 작업하거나, 때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그가 직접 찾아가 경험을 함께 공유하기도 한다. 그는 “나무, 시간, 사람들이 서로 여유 있고 편하게 노는 일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큰 흐름으로 보면, 이곳은 시간은 개인 작업과 워크숍을 축으로 돌고 있다.

‘어제의 나무’가 시작된 곳은 경기도 포천, 이곳으로 이사 온지는 1년 반 정도 지났다. 포천에 있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처가 근처인 신월동쪽에 집을 구하고 지하 작업실을 만들었는데, 침수 사고를 겪고서는 현재 은평구에 있는 2층 작업실로 옮겨오게 됐다. 얼마 전까지도 이래저래 자리를 못 잡았다가 최근 실내 정리도 마치고 작업대도 다시 배치했다. 요새는 가구는 주문만 받고 있고, 대부분 카빙 작업을 통해 살림도구를 만들고 있다. 

접시
버터나이프

함께 우드카빙 작업하는 즐거움 

처음엔 그도 여느 공방처럼 가구만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먹고 살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무명의 작가가 가격이 제법 나가는 하드우드 가구를 만들어 판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육 공방 운영에 흥미가 없었던 그는 계속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할 것도 없고 해서, 우연히 남은 하드우드로 조금씩 숟가락을 깎게 됐습니다. 근데 너무 재밌는 겁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카빙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우드카빙을 사람들이랑 같이 하면 재밌겠다고. 누구든지 와서 몇 시간 동안 뭐라도 깎을 수 있으니 그 시간이 사람들에게 재밌고 즐거울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에 해보면 모양도 못생기고 그렇지만, 정성도 많이 들어가고, 각자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나옵니다. 그렇게 모여서 자유롭게 웃고 떠들며 작업하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종지

주변의 살림 도구들을 목재로 만들다

처음엔 숟가락을 깎다가 그는 우리 주변에 놓고 사용하는 살림 도구들을 목재로 전환해 보기로 했다. 플라스틱이나 실리콘처럼 비(非) 자연 소재들을 ‘목재’를 가지고 풀어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가격이 만만치는 않았다. 보통 마트에 가면 4~5천 원 정도에 그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막상 월넛으로 개인이 정성껏 제작하니 가격이 적어도 3~4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는 그런 딜레마를 ‘워크숍’을 통해 풀었다. 가격에 대한 문턱도 낮추는 한편 ‘직접 깎아 쓰자’는 개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그 기쁨을 공유했다.   

그가 진행하는 모든 워크숍의 큰 주제는 바로 ‘나무로 전환’이다. 그 밑에 작은 주제로 들어가는 것에는 우드 카빙이나 트레킹 활동 등이 있다. 트레킹은 말 그대로 함께 산이나 공원을 산책하면서 간단하게 나뭇가지 등으로 놀이를 하는 것인데, 현재는 아이와 엄마들과 하는 활동이 많다.  

주걱

어제의 나무, 어제의 인생 

함께 나무를 깎거나 함께 활동하며 놀이처럼 즐기는 이런 접근법은 그가 지나온 과거의 여러 점(點)들이 모여 이뤄진 것이다. 어제의 나무가 오늘의 무언가가 된 것처럼, 그가 지나온 인생도 지금 그가 하고 있는 활동들에 녹아있다. 

20대 시절,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며 사회운동을 하던 열혈청년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꽤 높았고,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원 지역에 머물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어르신들이 주축이 된 시민극단 뮤지컬을 보게 됐는데, 연기도 별로였고 중간 중간 배우들이 대사도 많이 틀리는 그런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는 큰 감동을 받았고, 그 울림은 그가 ‘문화기획자’로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서울 구로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실무 담당자로 약 3년 정도 일했다.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결국 기획자가 아닌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엿보다가 지금의 아내이자 당시에는 여자친구가 준 책 한 권이 다시 한 번 그를 이끌었다. 그 책은 바로 ‘젊은 목수들’이란 책이었다. 그렇게 몇 달 목공을 배우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파고 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차탁

관통하는 시간이 결과물

최근에 그가 이끌었던 시간 중에는 문화기획이 가미된 활동이 많았다. 물론 이제는 기획을 넘어서 그가 전체를 운영하고 직접 참여한다. 최근 같이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은 무악동 꼬맹이들이었는데, 주로 서대문 형무소 쪽 공원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가 이 시간에 바라는 것은 단지 물건이 목적이 아닌 ‘관통하는 시간’, 바로 그 자체를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결과물보다 그 시간 자체를 누려보는 것이다. 그는 그 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원에서 놀다가 그냥 나뭇가지를 주어서 칼로 껍데기를 깎습니다. 아이들한테는 태어나서 처음 해 본 일이죠. 무언가를 꼭 만들고 체험하는 식이 아니라, 나무를 쥐고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뭐 만들 거냐고 물어보면, 저는 이야기 합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고”        

평범함을 꿈꾸다

처음 공방을 시작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충주 하얀민들레 농원에 계신 한 선생님이 그가 만든 작품을 좋아하며 낯 부끄러울 정도로 칭찬을 했다. 그는 “그런 극찬은 공방을 시작하고 5~6년 동안 처음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종종 필요한 게 있으시면 보내달라고 하시는데, 이분을 통해서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라며 의기소침할 때 받은 위로에 대해 말했다.

지금도 그는 안정적으로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숟가락 팔아 월세 내고, 식구들 맛있는 밥 먹고, 여유 있으면 여행 다니는 게 그의 소박한 계획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기쁨을 사람들과 나누고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램. 나무가 시간을 덧입어 ‘멋’이 생기는 것처럼, ‘어제의 나무’도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깊어져 갈 것이다. 

 

어제의 나무

대  표  자: 남현우

품       목: 원목 소품, 우드 카빙 워크숍   

창  립  일: 2013년 6월 24일  

주       소: 서울 은평구 갈현동 445-16, 2층  

블  로  그: treeofyester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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