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 대표

▶ “가족과 같이 해외 여러 곳을 다녔었는데 어딜 가나 제일 눈에 띄었던 건 가구였습니다”. 조소를 전공한 안정호 대표는 그렇게 가구의 매력에 빠졌들었고 결국 나무를 다루는 직업을 가지게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펼쳐가는 시기, 그와 동업하고 있는 블루체어커피에서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목공방의 대표 안정호 씨를 만났다.

소품

다양한 재료를 소화하는 1인 공방 
“해외를 다니던 중 가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동남아는 날씨 때문에 시멘트로 가구를 만들고 북유럽은 춥다 보니 인테리어를 실용적이면서 심플하게 만듭니다. 남부쪽은 건축이 많이 발달해서 아무래도 장식과 관련된 부분이 많죠. 이런 부분들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조각 전공을 하면서 다양한 재료를 다뤘는데, 그중에 제일 맘에든 게 나무였습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바로 목공을 배우러 갔죠. 지금은 원목 외에도 아크릴, 철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블루체어’라는 이름답게, 그가 꽂힌 건 파란색 의자다. 상상 속에 있는 그 파란색 의자를 만들기 위해 그는 아직도 제작을 미루고 있다. 파란색도 종류가 많은데 원하는 파란색을 찾으면 재질이 이상하고 재질이 괜찮으면 원하는 파란색이 없었다. 찾게 되는 순간 바로 시그니처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1인 개인 가구 공방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도 준비 중이다. 다양한 재료도 소화하지만 안 대표는 그것보다 더 다채로운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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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를 뺀 친근한 예술이 됐으면 하는 바램 
부모님 두 분 다 그림을 작업하셨다. 또 안 대표의 동생은 피아노를 다뤘다. 예체능 집안에서 안 대표는 흙을 만지고 몸을 쓰는 게 좋아서 조소과를 택했다. 하지만 그가 미술을 전공하며 고민한 예술은 항상 너무 권위적이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이것 때문에 마찰이 좀 있었다. 그래서 대학원을 수료 상태로 두고 그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목공을 배우기 위해 바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는 가구에 예술이라는 묵직한 개념을 넣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구를 너무 실용적인 오브제로만 보고 싶지도 않았다. 어쩌면 지금도 그는 ‘예술’과 ‘실용성’ 사이를 오고가며 고민 중인지도 모른다. 그는 “그냥 정직하게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라며 그 고민의 끝을 정리했다. 
그는 가구를 만들면 그에 맞는 소품을 하나씩 제작한다. 의자를 만들면 그 옆에 놓으면 좋은 조각도 하나 만드는 식이다. 콘셉트에 맞는 소품도 제작해서 재미있게 어우러지길 원하는 것이다. 물론 소품 하나도 만들다보면 3~4일이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그는 그걸 돈으로 환산하기 보다는 가구를 구매한 사람에게 선물로 준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지금은 시작이라 저를 찾는 것만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주문한 분을 생각하면서 소품을 만들면 성취감도 있고 너무 좋아요. 선물 같은 소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가구에는 제품번호가 아닌 컬렉션 번호가 들어간다. 0번은 특별히 메이킹 필름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고객은 이를 통해 자신의 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다. 이 모든 게 다 친근한 예술이 되길 바라는 그의 노력이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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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기억이 가구를 만들다   
“하고 싶은 걸 바로바로 하는 게 제 성격이거든요. 오랫동안 조각을 공부했지만 미디어 쪽 일도 했었어요. 아는 분이 코이카에 계셨는데, 캄보디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여해보고 싶어서, 체육과 미술을 직접 교육하며 다큐멘터리를 찍었죠. 남부 쪽이었는데, 완전 오지였습니다. 하루에 천 원 쓰기도 힘든 곳이었죠. 2개월 돈 벌고 한달 자원 봉사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재밌던 건 그쪽 땅이 전부 찰흙이었다는 거예요. 그걸 이용해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에게 각자 자기 집 땅을 파오라고 했죠. 신기하게 집마다 흙색이 달랐어요. 그렇게 미술교육을 하며 촬영하고 영상을 편집했죠. 그래서 지금도 목공을 하면서 기회가 있으면 영상 작업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좋아해서 시작한 영상 작업, 그는 나중에 교육원에 들어가 반 년 동안 전문가 과정을 듣기도 했다. 관심이 가면 바로 하고 또 이렇게 깊게 파고드는 것, 그래서 그는 목공 아카데미를 나와서 수공구에 대한 한계를 느꼈을 때 바로 짜맞춤 장인 밑에 들어가 그 부분을 채워갔다. 조각을 공부하고 중간에 미디어 작업도 해보고 목공을 배우고, 또 수공구를 배우고, 그는 이 모든 순간들을 거쳐 지금의 가구가 탄생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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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수종 될 듯 
그는 최근 월넛이나 오크가 좀 지겨워 진다고 한다. 체리로 넘어가고 싶은데, 이유는 간단하다. 약간 붉지만 나중에는 갈색으로 변하는 게 재밌어서. 그리고 유리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 그는 앞으로 체리가 더 유행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일본 목공 유튜버들이 한국시장을 많이 진출하려고 하는데 일본 친구들이 요새 체리를 많이 씁니다. 일본 가구 정보 영상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리가 가진 여러 느낌들을 보게 됐고 많은 공방들이 체리나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마감은 ‘정석’을 지키는 것이다. 도료를 만드는 연구원들이 생각했던 그 방식을 지키는 것이 개인이 임의로 방법을 바꾸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르는 것보다 닦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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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도 준비 중 
“많은 사람들이 제 활동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목공 채널도 하고 방송도 나오고 싶어요. 기계 리뷰 같은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글귀에 대한 설명이 길고 제목이 심오한 건 너무 권위적이고 따분한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블루체어’를 이끌고 싶습니다. 갇혀있지 않고요. 나중에 시그니처가 될 블루체어가 나오면 많은 사람이 그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습니다. 파란색도 각자 좋아하는게 조금씩 달라서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계절마다 색을 바꿔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봄엔 노란색, 여름엔 파란색, 가을엔 빨강, 겨울엔 패브릭 재질의 변화를 준 흰색, 이렇게 말이죠”.
그는 이번 달 중에 편집을 마감해 준비한 영상들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목공을 시작한지 5~6년. 이제 갓 시작한 목수이고 아직 더 잘 만드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는 겸손하게 조언을 구하며 채널을 운영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구독자가 많아지면 한국적인 소품과 요소를 미장센으로 넣어 볼 생각이다. 목공 관련 유튜버로 유명한 ‘이시타니 퍼니처’와 ‘지미 디레스타’ 사이의 틈을 타고 들어가기 위해 그는 오늘도 고민하며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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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체어 
공동대표: 안정호
품       목: 원목 가구, 소품    
창  립  일: 2018년 4월 6일   
주       소: 인천 남동구 장자로 6번길 69 1층  
홈페이지: www.instagram.com/bluechair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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