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곳에 쓸 수 있는 서양대패, 잭플레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어 단어 Jack이 가진 의미처럼 다재다능한 사람을 꿈꾸는 이성민 대표는 가구를 만드는 산업디자이너다. 그는 이 공방에서 어떻게 그 길을 만들고 있을까. 폭염이 절정으로 치닫던 어느 날,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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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프로세스 기반으로 가구 제작
“이곳은 산업디자인 프로세스 기반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공간입니다. 머리에서 제품을 만들어 낼 때, 어느 순간 제품에 대한 그림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정리를 해 풀어 나오기도 하는데 저는 산업에 쓰이는 프로세스를 가구에 접목시켜 진행합니다”
그는 도면 하나를 완성하고 바로 제작에 들어가지 않고, 스케치나 모델링 등 평균 4~5가지 프로그램을 거쳐 가구를 만든다. 남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말하지만, 그는 스킬이 많고 다룰 영역이 많아지면 나올 수 있는 디자인도 다양해진다고 믿는다. 다양한 툴을 쓸 수 있다면, 입맛에 맞게 골라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자

곡선을 위주로 작업하는 것 선호  
그는 직선적인 것보다 곡선적인 것을 선호한다. 곡선을 많이 다루는 산업디자이너여선지, 프로그램 툴 자체도 운송디자인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한다. 그는 “곡선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저는 곡선을 보는 눈이 좀 다른데 조형적인 걸 잘 캐치하는 편입니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잖아요. 평평한 면을 보지만 저는 곡면을 많이 다루고 실제로 봤기 때문에, 곡면이 더 익숙하게 다가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자동차처럼 텐션이 있는 선으로 디자인된 곡선 가구를 좋아한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그는 ‘헤네스T870’이란 제법 유명한 유아 전동차를 주도적으로 작업했었는데, 그 디자인을 보면 그가 왜 유순하게 잘 빠진 곡선을 좋아하는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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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사랑하는 디자이너 
“어렸을 때는 화가가 꿈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상업미술을 하다가 디자인으로 넘어왔죠. 그런데 산업디자인은 디자인만 하면 거기서 작업이 끝났어요. 당연히 물건을 만들어 보거나 팔아 볼 생각은 전혀 하질 않았죠. 설계팀으로 넘기면 어쨌든 끝이니까요. 그 점이 나중엔 좀 싫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부터 배송까지 다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공을 시작하게 됐죠”
중학교 시절 그는 취미로 목조각을 했었다. 나중에 군대를 갔는데, 그는 목공을 주특기로 받았고, 거기서 웬만한 기계들은 다 다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면서 과제를 하거나 공모전에 나갈 때마다 항상 작품에 나무 소재가 들어갔었다. 후에 그가 개인이 전체를 다 해볼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할 때, 먼저 생각난 것이 공예였다. 개인이 금형을 하기는 힘들고, 가죽이나 나무, 또는 흙 중에서 고민했는데 그는 좋아하는 나무를 택했다. 그리고 창업을 위한 정규반을 다니고 전통작업방식도 이어 배웠다.

컨셉스툴

가구 만드는 산업 디자이너  
“살면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조건 했던 거 같아요. 어렸을 때야 부모님을 졸랐지만, 커서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망설임 없이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들였죠. 그런 것들은 전혀 두렵지 않았습니다. 전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사실 공방이 끝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자인도 하고 나무도 배우고 공방도 차렸는데, 전 무엇을 하고 나면 더 원하는 꿈을 또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지금 제 정체성은 가구 만드는 산업디자이너 입니다”
그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현직 산업디자이너다. 그가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회사 대표는 그에게는 상사인 동시에 친한 형이고 또 멘토다. 그런 좋은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창업전선에 쉽게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생각한다. 실제로 그의 주변 선후배나 친구들 중에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많았고, 그런 그룹과 자연스레 어울리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   

햇병아리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다 
공방 초기에 그는 이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작업하며, 동시에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었다. 마치 햇병아리들이 끼리끼리 모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느낌이랄까. 갓 창업한 수제 맥주집, 플라워 카페, 유치원 등에 납품을 하면서 인맥도 쌓고 새로운 일도 경험할 수 있었다. 서로 잘 모르지만 뭔가를 꾸려나가는 상황 자체가 재밌었는데 창업 자체가 어려운 과정임에도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좋았다.   

사방탁자

거친 오크로 곡선의 부드러움을 만들다 
그가 매력을 느끼고 많이 쓰는 목재는 오크다. 오크는 거친 축에 속하는 월넛, 체리 보다 더 거친 특징이 있지만 그는 오히려 이런 오크가 곡선의 부드러움을 만날 때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크의 횡단면은 다른 목재들과 달라 매력이 있는데, 그는 이 횡단면을 드러내며 포인트나 느낌을 주고자 한다. 한편 그는 오크로 개인 작업을 할 때 마감을 안 하고 목재 그대로 두는 편을 택한다. 체리나 월넛은 오일 마감을 하면 깔끔한데 비해 오크는 마감 후 나오는 색이 싫어서다. 그래서 마감 자체를 안 하거나 비누 마감 정도로 마무리한다.

다재다능한 잭플레인 되고파
“서양대패 중에 ‘잭플레인’이란 게 있는데 막 쓸 수 있는 대패면서 다재다능하게 쓸 수 있는 대패입니다. 저는 이렇게 다재다능한 ‘잭플레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냥 얕게 여러 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라도 각 분야에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실력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공방은 어쩌면 거쳐 가는 관문 중 하나죠”
누군가는 평생 공방만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성민 대표는 디자이너의 영감을 다양한 곳에서 발전시키길 원한다. 그렇다고 그가 공방이란 공간이 가진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의 양을 채우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울 때 그는 공방이 그런 사람들에게 성취감을 경험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그 성취감, 공방을 운영하며 교육하는 것은 어쩌면 그런 감정을 목공을 배우러 오는 이들에게 선물하는 일이 아닐까. 그가 디자인한 이런 삶이 더 많은 선물을 나누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스민메이커스 
공동대표: 이성민
품       목: 원목 가구, 주문 제작, 목공 교육    
창  립  일: 2017년 6월 27일   
주       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213 B1  
홈페이지: sminmak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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