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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사람과 같아…관심을 줘야 비로소 보인다"
한국가구학교 김석범 대표, 나무에 숨을 불어 넣는 ‘우드 메이커’
김석범 한국가구학교 대표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톱질하는 소리가 가장 먼저 반기는 이곳.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바닥에 널브러져 돌아다니는 톱밥들과 짜여진 나무들이 이곳을 설명해준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간판을 걸고 지상에서 한 층 내려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도 가구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나무와 가구를 배우는 곳, 한국가구학교에서 김석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옥 짓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무와 인연을 맺다

김석범 대표는 10살 때부터 직접 나무를 깎아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옥을 짓는 대목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워낙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목공예에 금방 흥미를 붙였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전문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는 정수직업훈련원에 들어가 목공예 기술을 익혔다.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목공예부문 금상을 탄 적도 있다. 그 후 산업인력공단, 남부기술교육원에서 학생들에게 목공예와 가구를 가르쳤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목공업은 3D 업종 중 하나였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김 대표가 2005년 남부기술교육원에서 강의할 때 정원 미달로 폐과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점점 사람들이 나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국내에 DIY붐이 일으면서 목공방이나 목가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무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원데이클래스, 취미 패키지 등 다양한 형태로 목공예를 즐기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멋모르고 부딪히기만 했었죠.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생각이 많이 달라요. 지금은 오히려 ‘나무는 이렇다’하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나무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재료라고 생각해요. 외부 환경에 따라,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거든요. 사람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직접 만나보고 겪어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듯이 나무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야하죠. 목가구 같은 경우 관리만 잘하면 50년은 거뜬히 갈 수 있어요.”

線/面(선/면), 김석범 오크와 월넛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 작가는 기성품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손잡이에 유독 공을 들인다. 위 작품도 곡선의 부드러움을 강조한 손잡이가 인상깊다.

소수 정원으로 1대1 교육을 하는 한국가구학교

가구 좀 만들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이곳. 한국가구학교는 체계적인 커리큘럼 안에서 가구 제작을 배우는 곳이다. 따로 홍보를 하거나 대대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지 않아도 가구를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들로 정원을 꽉 채운다. 오직 입소문만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30년 넘게 가구를 만들어온 김석범 대표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도에 설립한 한국가구학교는 김포 대곶면에 위치한 ‘만들고’라는 가구 공방이 시초였다. 지금도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천호진과 인천 문화공간 ‘잇다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정희석 작가와 함께 이곳에서 함께 가구를 만들었다고. 현재 한국가구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은 총 4가지로 기초, 전문가, 심화, 취미반으로 구성돼 있다. 수강생들은 목가구와 조각 분야 중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나무와 공예에 애정과 관심만 있으면 된다. 이곳에서 6개월 과정을 수료하면 사회에 나가 목공방을 창업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대신 교육 강도가 꽤 높은 편이다. 김석범 대표는 수강생들의 역량에 따라 1대1 맞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하는 일도 다양하다. 대부분 목공방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카페 운영이나 가구회사 취업 등 최근에는 더욱 다채로워 지고 있다.

“모집 인원이 항상 넘치지만 딱 제한 인원만 받고 있어요. 1대1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인원이 많으면 번잡하고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죠. 또한 수업에 기계 작업 과정도 포함돼 있어 인원이 적어야 통제가 쉽죠. 목공 기계가 워낙 크고 세심한 작업을 요하다보니 주의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 있거든요. 안전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죠.”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가 다 같을 수 없다고 말하는 김석범 대표는 제자들이 기술을 온전히 알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준다.

눈높이 소통으로 목가구·목공예 커뮤니티를 키워나가다

한국가구학교에 없는 것이 하나있다면 바로 인쇄물. 작업에 필요한 자료는 김석범 대표가 그때그때 손으로 적어서 수강생들에게 나눠준다. 여기에 수강생들이 각자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적어 나가면 졸업할 즈음엔 하나의 기록물이 완성된다. 한국가구학교만의 철학을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소통하며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 김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인간관계라고. 한국가구학교는 1년에 두 번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연다. 이곳에서 졸업생들과 재학생, 선후배들이 모여 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작품 전시의 목적 뿐 아니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든다는 목적도 있다. 스승인 김 대표를 포함해 한국가구학교 졸업생들끼리 정기적인 모임도 갖는다. 1기 졸업생부터 작년에 졸업한 학생들까지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가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때로는 가구를 함께 만들어보면서 피드백을 나누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가기도 한다. 한국가구학교의 졸업생들만 모여도 100명 정도라고.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나 지속적으로 서로의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졸업생들이 함께 모여 가구를 만들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죠. 될 수 있다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더 늘려 큰 전시장을 열고 싶어요. 혼자 잘 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죠. 저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목가구, 목공예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미지 기자  giveme@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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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가구학교#목공방#DIY#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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