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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특별기고]합판산업,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
  •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 승인 2019.08.07 13:32
  • 호수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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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합판보드협회 박종영 자문위원

수입합판의 무분별한 유통·부적합 사용 확산…국내 합판산업 위기 초래
오랜 경험과 기술 축적된 친환경 산업...국산재 합판시대를 열어가야
부적합한 합판의 판매·유통·사용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시급

1960~70년대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견인하였으며, 1970~1978년에는 전 세계 합판수출량의 20% 이상을 점유하였고, 1970년부터 1981년까지 연속 12년간 합판수출량 세계 제1위를 기록하였던 한국의 합판산업. 근년에 베트남, 중국 등으로부터 저가합판이 대량 수입되면서, 국내산 합판의 자급률이 2016년에 20%까지 떨어진 이래 2018년에는 12%로 급락하였다.

이제는 우리나라 산림에 가꾸어온 나무가 합판 원료로 쓸 수 있을 만큼 자랐으며, 국내 합판회사가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서 30여 년간 키운 원목과 단판이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키워 온 나무,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재 합판시대를 열어가야 할 합판산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 이대로 한국의 합판산업이 무너져 버릴 것인가? 아니면 위기를 넘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 합판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위험수위 넘은 저가 수입합판의 부적합 사용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작년도의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971명 중 485명(49.9%)이 건설업 종사자로써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와 같은 건설현장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되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규격과 기준에 적합한 자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과연 적합한 합판을 사용하고 있는가? 당장 확인해 보라. 만약 품질표시에 ‘Type2’라는 글자가 들어간 합판을 건설현장의 발판용이나 거푸집용으로 사용하거나, ‘E2’라는 글자가 들어간 합판을 실내 건축자재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모두 부적합에 해당한다. 접착성이 약한 준내수합판(Type2)을 건설용으로 사용하면 안 되며, 인체에 유해한 폼알데하이드를 많이 방출하는 E2급의 합판은 실내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 OP(보통합판)-Type2-E2(Exterior only)라고 표시되어 판매·유통되는 수입합판은 얼마나 될까? 『목재이용법』에 따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2017~2018년에 사전검사를 받은 전체 수입합판 중에서 OP-Type2-E2 합판의 검사건수가 61%이며, 특히 수입량이 가장 많은 베트남산 합판은 69%가 Type2-E2였다(본보 제626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992년 발표된 박완서 선생의 소설 제목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Type2-E2 합판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 합판이 대부분 건설현장 또는 실내 건축자재로 부적합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추정하고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 형상을 보면 이것이 과연 유통될 수 있는 상품인가? 할 정도의 불량품도 적지 않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외국에서는 이런 저급 합판은 수입하지 않는다.

  지켜지지 않는 규격과 규정

국토교통부 표준시방서에는 건설공사의 가설재용 또는 거푸집용 합판으로 KS 기준에 적합한 ‘콘크리트거푸집용 합판(KS F 3110)’을 사용하도록 명시하였다. 또한 『건설기술진흥법』 제55조에 의거하여, 연면적 660㎡ 이상인 건축물의 건축공사, 2억 이상 전문공사 등의 마감공사에 사용되는 ‘보통합판(KS F 3101)’은 품질시험 및 검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목재이용법』 제45조 제1항에 규격·품질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목재제품을 판매·유통하거나 통관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값싸게 수입해온 대량의 저급합판은 ‘Type2-E2’라고 표시되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부적합하게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합판은 ‘Exterior only’라고 표시토록 함에 따라 안전을 요하는 야외시설재에 사용되었다면 매우 위험하다. ISO, APA(미국), JAS(일본) 등의 합판규격에서는 내수성이 가장 높은 등급을 실외용(Exterior)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S 규격·기준에 적합하게 생산, 공급해온 국내산 합판이 저가·저급의 수입합판으로 대체되어 온 것이다. 이와 같이 수입합판의 무분별한 유통과 부적합한 사용이 확산되면서 국내 합판산업은 위기를 맞이하였다.

합판산업은 필요한가?

합판산업은 목재산업 중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산업이다. 합판은 많은 장점을 갖는 소재이며, 향후 목조건축의 확산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자재이다. 합판은 국산재를 건축자재로 사용할 때 가장 수율이 높은 목재 제품이다. 그만큼 합판산업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산업이다. 국내 합판산업은 오래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제 비로소 국산재 합판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이다. 국내 합판산업이 사라지고 전량 수입에 의존할 경우에는 가공·이용산업의 기반이 취약해지며, 합판을 필수자재로 사용하는 건설업과 같은 연관산업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자급률은 낮을지라도 합판산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야만 자원 파동이나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합판산업 자체가 퇴조할 수밖에 없는 후진적인 산업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합판산업은 현재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산 합판의 자급률은 근년에 계속 증가하여 60%에 근접하고 있으며, 합판공장의 국내산 원목 사용률은 금년에 90%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일본 전국적으로 100% 국산재를 사용하는 합판공장이 신설되고 있다. 즉 일본에서 판매·유통되는 모든 합판의 절반 이상은 국산재로 만든 합판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동남아, 중국 등에 자국산 합판을 수출하는 나라이다. 2025년에는 600만㎥의 국내산 원목을 합판용재로 사용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 촉진 등 일본 정부의 강력한 국산재 이용확대 정책이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산 목재의 생산·이용 확대를 위하여 각종 금융지원, 세제지원, 보조금지원 제도를 종합적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합판산업의 국산재 사용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저가·저급 수입품과의 가격경쟁구도가 지속되는 한 국산재 사용은 요원하다. 합판뿐만 아니라 목재제품의 저가경쟁구도는 시장을 황폐화시키며 목재산업 발전의 최대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불량 저급자재의 불법적 유통 근절, 건설현장의 안전성 제고, 건축물의 품질 확보, 국민건강 보호, 그리고 위기에 선 합판산업의 활로를 위하여 규격과 용도에 부적합한 합판의 판매·유통·사용을 멈추도록 모든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만 할 때이다. 합판산업 스스로 끝까지 자생의 노력을 기울여야함은 물론이다. 이대로 합판산업이 멈춰서면 안 될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서서>의 마지막 구절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본다. ‘한국 합판산업,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

한국목재신문 편집국  webmaster@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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