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산림청이 올해 새롭게 시행한 ‘목재등급평가사’ 자격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등급평가사가 실시한 품질검사를 인정하는 고시 조항이 없어 사실상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호 목재등급평가사가 배출됐음에도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세업체의 검사비용 부담을 덜어줄 목재등급평가사
목재등급평가사는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약칭 ‘목재이용법’이 시행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당 법 제20조(목재제품의 규격‧품질 기준의 고시 및 검사 등) 제1항과 제2항에 따르면 목재제품의 품질향상, 소비자보호 및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재제품 15개(제재목‧방부목재‧난연목재‧목재플라스틱복합재‧집성재‧합판‧파티클보드‧섬유판‧배향성스트랜드보드‧목질바닥재‧목재펠릿‧목재칩‧목재브리켓‧성형목탄‧목탄)는 규격과 품질 기준을 표시해야만 국내에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하다.

이에 해당 품목을 생산‧수입하는 업체는 한국임업진흥원에서 품질검사를 의뢰하거나, 산림청이 인정한 품질검사가 가능한 대학이나 연구기관, 협회나 이에 준하는 해외 기관 등에 목재제품의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목재제품의 규격‧품질 검사에 관한 수수료(산림청 고시 제2014-8호)에 따르면 제재목의 경우 품질검사 비용이 검사 한 건당 19만2110원이며, 집성재의 경우 구조용집성재는 49만5870원, 수장용집성재‧집성판의 경우 28만697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개별로 보면 그리 큰 비용은 아니지만 다양한 제품을 취급할수록, 또 영세한 업체일수록 검사비용이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동법 제20조 제2항 제2호에 따르면 목재등급평가사는 제재목과 집성재에 한해 자체품질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단순 등급 구분뿐만 아니라 함수율, 휨탄성계수 등 목재 등급 평가에 중요한 요소들의 검사도 실시할 수 있으며, 특히 목재등급평가사를 고용한 업체는 ‘자체검사공장’으로도 지정받을 수 있다.

이는 업체로 하여금 부담으로 작용하는 검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재목 목재품질 표시 예시

미흡한 제도 탓 자격 취득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 상황
그러나 <한국목재신문> 취재결과, 목재산업계에서는 목재등급평가사 제도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목재등급평가사 자격을 취득한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목재등급평가사는 목재품질표시조차 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자격”며 “나 역시 해당 자격을 취득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품질검사로 인한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현 시점에선 전혀 쓸모가 없는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울분에 찬 감정적인 주장이었지만 그의 말은 옳았다. 「목재이용법」에는 목재등급평가사는 제재목과 집성재에 한해 품질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목재등급평가사와 관련된 고시인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국립산림과학원 고시 제2018-8호)에는 목재등급평가사의 품질검사를 인정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목재등급평가사가 목재등급을 분류하더라도 따로 한국임업진흥원 등 인정된 기관에서 검사비용을 내고 품질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현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제재목‧집성재를 생산‧수입하는 1300여 영세업체들의 검사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재등급평가사 제도 도입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재등급평가사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업계의 한 고문은 “목재등급평가사와 관련된 국립산림과학원 고시의 개정이 시급하다”며 “목재등급평가사의 품질검사를 인정하는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술한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현재 고시를 개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