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 위치한 슈리성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심 건물인 정전을 포함한 총 7채의 주요 목조건물이 전소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31일 오전 2시 40분께 슈리성(首里城)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뒤 소방차 30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슈리성의 중심 건물인 1천199㎡ 크기의 정전(正殿) 외에 북전(北殿, 473㎡)과 남전(南殿, 608㎡)·반도코로(番所, 608㎡) 등 성내의 건물 7채, 약 4200㎡ 규모가 모두 소실됐다. 이외에 건물들에 보관된 상당수의 문화재 또한 불에 탄 것으로 전해진다.

슈리성 터에 있는 슈리성은 과거 일본 오키나와에 존재했던 독립국 류큐(琉球)왕국 시대인 500년 전에 지어진 목조 건축물로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5년 완전히 파괴됐다가 1989년부터 정전을 시작으로 전체 건물을 차례로 복원하기 시작해 1992년 완료했다. 2000년에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류큐 왕국의 구스쿠 유적지와 관련 유산'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지만 이번 화재로 한동안 슈리성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화재 발생 이전 슈리성(출처=위키백과)
화재 발생 이전 슈리성(출처=위키백과)

최근 세계 각국은 목조건축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목조건축물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목조건축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목재에 대한 각종 선입견과 건축법 규제로 인해 5층 이상 목조건축물은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목조건축물에 대한 선입견은 △불에 잘 탄다거나 △콘크리트구조에 비해 내구성이 약하다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목재는 불에 약하다’가 가장 대표적인 선입견이다. 이번 슈리성 화재의 경우에 목구조인 주요 건물 대부분 화재로 전소해 불에 약한 목재의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선입견은 소비자들엔 목재의 안전성 우려를 유발하고 관련 정책을 세우는 관계자들에겐 불신을 심는다. 실제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장은 “목재에 대한 불신이 목재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목재에 대한 선입견은 국내 건축법에도 목재 관련 건자재 및 건축물에 대한 명백한 규제와 차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행 건축법을 살펴보면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목조건축물의 높이를 18m 이하(지붕 기준), 연면적 6000㎡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이 있으며 △「철도시설의 기술기준」의 경우 철도시설의 마감재는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법으로 목조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것과 마감재는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 모두 목재가 불에 약하기 때문에 나온 조항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목재엔 화재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목재는 불에 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걸까? 다행히 그렇진 않다. 불에 약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난연/방염목재’가 있기 때문이다.

난연목재는 난연약제나 난연도료를 사용해 불이 타기 위해 필요한 3요소인 목재, 산소, 열 중 한가지의 요소를 제거해 연연소를 늦춰 열원을 제거할 때 자연 소화되게끔 처리한 목재를 말한다. 방염목재도 화재에 강하지만 난연목재와는 약간 다르다. 불이 날 수 없게끔 화학적 혹은 물리적인 처리를 가한 목재다.

특히 국내의 경우 난연목재 인증 기준이 높은 편이다. 국내는 KS F ISO 5660-1(콘칼로리미터법)을 통해 난연목재의 성능을 검사하는데, 최소한 난연목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750°C의 온도에서 5분간 가열했을 때 총방출열량이 8MJ/㎡ 이하여야 한다.

난연목재의 인증 기준도 높지만 목조건축물의 경우 통상 내력벽(건축물 무게 등을 견디거나 힘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수직 벽)을 구조재(건물의 뼈대)로 촘촘히 세우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건물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만큼 목조건물 자체는 생각보다 화재에 약하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물 화재 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인명피해는 건축물 내부의 가연성 재료들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라며 “목재건축물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화재 발생 시 유독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내화시간이 더욱 길어지게 되는 효과가 있고, 구조 이후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내려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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