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 명장 기영락..."명장이란 ‘보존’보다 ‘보급’하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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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 명장 기영락..."명장이란 ‘보존’보다 ‘보급’하는 역할"
  • 김미지 기자
  • 승인 2019.11.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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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으로서 공예활동을 비롯해 기술 개발 및 전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기영락. 그의 인생에서 나무를 빼면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그에게 나무는 인생 그 자체가 됐다

흔히들 명장과 무형문화재가 하는 일을 같이 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둘의 역할은 엄연히 다릅니다. 무형문화재가 전통을 보존하는 역할이라면 명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역할이죠.”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으로서 학교, 직업훈련기술학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목공예 기술을 전파하고 있는 명장 기영락(61)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무를 통해 재소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다
지난 10월 과천시민회관 갤러리에서 재소자들이 만든 공예 및 문예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제48회 전국교정작품전시회’가 열렸다. 재소자들이 직업훈련과 교도작업을 통해 갈고 닦은 기술로 만든 목공, 도자기, 한지, 서예, 한국화 등 556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시대 왕의 뒷자리에 놓인 병풍 일월오봉도를 연상시키는 무늬를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목공예 작품 ‘다용도콘솔’이었다. 공예 분야에서 은상을 받은 이 작품은 호두나무, 단풍나무, 오동나무의 색을 적절히 배치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현대 집 구조와 가구들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만든 재소자에게 목공예 기술을 가르친 사람이 바로 명장 기영락(대한민국명장 제471호 목공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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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전국교정작품전시회 전경.

Q. 나무를 만져온 지 40년이 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목공예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공방을 차릴 때만 해도 관광기념품과 같은 작은 소품을 만드는 목조각이나 가구에 새김질한 판을 붙이는 가구조각, 수석 좌대를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전문적인 목공예 기술자도 없었을뿐더러 가르치는 학교도 없었죠. 80년대 이후부터 대학에서 공예 관련 학과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더니 광주에서는 조선대학교 응용미술학, 산업미술학과에서 목공예를 가르쳤어요. 이어 광주대학교와 서강정보대학 가구디자인학과에서 원목으로 조형가구를 제작하는 일이 많아졌죠. 그때 이후로 목공예가 목조각 소품 위주에서 조형성을 중시하는 가구제작으로 변화해 갔습니다.

Q. 긴 세월 동안 목공예 분야에 몸담으며 많은 발자취를 남기셨는데요. 특히 ‘환톱측면절삭가공법’은 특허를 받기도 했습니다. 어떤 기술인가요?  
환톱 응용방법을 정리한 기술입니다. 고속 회전하는 둥근 톱날의 각도와 깊이를 조절해 다양한 곡선조형을 얻을 수 있죠. 나무에 원형, 반원형 등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특허 기술은 아니지만,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곡선접목기법’인데, 이것 역시 실톱에 의한 접목기법을 활용해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색이 다른 판재들을 교차시켜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명장 기영락의 작품. 느티나무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조화시켜 동화 속 달을 표현한 ‘영월-상서로운 달’ (느티나무 사용)

Q. 언제부터 재소자들에게 목공예를 가르치셨나요?
처음 교도소 기술 지도를 나갔던 때가 2005년도쯤이니 10년이 넘었군요. 한 교도소에서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0시간이에요. 정해진 시간이 넘으면 다른 교도소에 교육 기술자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10군데가 넘는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기술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Q. 10년 넘게 교도소에서 목공예 기술을 가르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 교도소에 가서 보니 목공예를 배운 재소자 대부분이 기술은 훌륭하나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은 가구를 만들고 있더군요. 전통가구는 그 형식이나 비례 등이 아름답지만 안방가구나 사랑방가구 등 조선시대 생활양식과 어울리는 전통가구로 지금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다고 할 수 있죠. 이들에게 나무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이나 현대 가구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디자인 감각까지 가르친다면 더욱 훌륭한 기술자가 될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더구나 근래에는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지원 제도가 있어서 그 사업의 일환으로 교도소를 오가며 디자인교육과 기술이전을 하게 됐습니다.

Q. 교정작품전시회에서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셨는데, 재소자들의 작품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세요? 
최근 5년 동안의 교정작품전시회에 출품된 목공예 작품은 제가 가르친 재소자들이 만든 작품들입니다. 그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고 뿌듯하죠. 재소자들은 대부분 20년 이상의 형을 받은 장기 재소자들인데요.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땐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있었고 완성품에 대해 책임감 없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했어요. 저는 앞서 설명 드렸던 접목기법을 응용한 기술들을 가르쳐 줬어요. 기술을 알려주자 재소자들은 신기해 하며 얼른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집중력들이 대단했어요. 밤낮없이 학습에 몰두하며 하루하루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반 기술자들과 실력적으로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욱 뛰어나죠. 교도소에서 하루 종일 기술만 익히니까요.   

광주대학교에서 목공예 특강을 하고 있는 명장 기영락.
광주대학교에서 목공예 특강을 하고 있는 명장 기영락.

Q. 앞으로 대한민국의 목공예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목공예를 포함해 도자, 금속 등 우리나라 공예교육은 이론에 치우쳐 있습니다. 공예를 기르치는 대학의 커리큘럼을 보면 기획, 디자인, 도면 제작까지만 교육합니다. 훌륭한 작품을 구상해 도면까지 만들어내도 이를 완성하는 일은 기술입니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면은 무용지물이에요. 학교든 학원이든 공예교육은 기술교육과 병행돼야 합니다. 어느 노 교수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우리 대학에서 공예교육을 30년을 했지만 아직 공예가 배출이 없어요.” 

Q. 예전의 한 인터뷰에서 책 출판 의지를 밝히셨는데 어떻게 돼 가는지 궁금합니다. 이외에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5~6년 전 인터뷰 당시에는 환톱측면절삭기법과 그 방법을 활용한 기술 전개, 곡선접목기법 5단계의 기술과 응용 방법 등을 전수할 곳이 없어 책으로 정리해서 남길 생각이었습니다. 요즘은 그 기술들이 작품전시나 산업현장교수 기술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보급이 됐습니다. 이제 그 기술들을 책으로 발간한다면 실무를 토대로 한 노하우와 결과를 기록한 자료집으로 만들 수 있겠네요. 이는 남은 과제이기도 하고요. 지금처럼 현대에 필요한 목공예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전파해 나갈 생각입니다.   

김미지 기자   giveme@media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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