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놀이공원 등 테마파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완구, 의류, 피규어, 구체관절인형 등 어린이 제품 369개를 조사했다. 그중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17개 제품에 대해 수거 명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일은 해외에서도 있었다. 유럽에서는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된 어린이용 플라스틱 장난감 560여 개 중 290개에서 불법 수준의 독성 물질이 발견됐다. 설사 및 구토 유발, 언어 발달 지연 등을 야기하는 붕소와 프탈레이트가 검출됐으며 이는 유럽 전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신경, 면역체계 등 신체기관이 아직 발달 중에 있는 영유아들은 유해물질에 대한 대사능력이 어른에 비해 낮기 때문에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치명적이다. 납과 카드뮴 등의 중금속은 중추신경장애를 유발하고 발암이나 탈모의 원인이 된다.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 가소제 역시 여성 불임, 정자 수 감소 등의 악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로 어린이들의 생식과 성장에 치명적이다. 

또 이들 장난감 대부분은 9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어 땅 속에 매립되면 500년이 지나야 분해된다. 플라스틱 몸체와 금속 부품들로 이뤄진 장난감은 재활용되지 않으며, 그렇다고 버릴 때마다 일일이 분해시켜 분리수거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환경까지 생각한 친환경 소재 장난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구업계에서는 친환경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필(必)환경시대’에 맞춰 종이, 목재, 패브릭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장난감을 선보이고 있다.    

100% 국내산 우유로 만든 DIY 점토, 골판지를 주 원료로 사용해 만든 조립식 퍼즐 등의 친환경 장난감은 인체에 무해할 뿐 아니라 아이의 감수성 발달에도 도움이 돼 최근 몇년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목재 장난감은 피톤치드와 같은 향균물질을 내포하고 있어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피톤치드는 진정 효과 및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며, 나무에서 나오는 휘발성 기름인 정유는 진드기 살충, 곰팡이 제거 등의 효과가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호흡기 및 피부질환을 억제한다.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와 목공 체험장에서도 목재 교구를 통한 창의적 학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소아정신과, 어린이 심리상담센터 등 병원에서도 치료 목적으로 목재 교구가 사용되고 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학 교수는 “아동상담 및 발달교육에 쓰이는 교구는 목재, 플라스틱, 스티로폼, 헝겊 등 다양한 소재가 있다”며 “목재 교구는 친환경적이고, 어린이들이 자연의 질감과 향을 경험할 수 있어 많이 사용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힐링’이 필요한 한국의 어른들...단순한 형태 ‘목재 장난감’이 효과적
어른들 사이에서도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안정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목재 장난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른바 ‘어른이 장난감’은 단순히 만지거나 쌓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정서적 안정감까지 준다.

직장인 김모씨(27)는 지난달 열린 목재산업박람회에서 원목 블록을 체험했다. 그는 “블록을 쌓는데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오히려 머릿속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쌓다가 무너지면 짜증이 났지만, 다시 시도해보며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며 구매의향을 보였다. 

실제로 미국 소아과학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매뉴얼이 필요없는 단순한 형태의 장남감이 창의력 향상, 공간 지각 능력, 사회성 개발, 신체 발달 등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이며, 아동 행복지수도 최저 수준이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온 한국의 어른들은 실패에 대한 강박이 심한 경우가 많은데, 지침서 없이 놀이 방법을 스스로 창조하는 장난감을 통해 도전의식을 키우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중 나무의 질감과 향기가 살아있는 목재 장난감은 자연과 간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다.

최영택 신경정신과 의사는 “현대인들은 장난감을 통해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콘텐츠에 너무 많이 노출되다 보니 아날로그적 감성을 채우려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가만히 앉아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는 단순한 놀이를 통해 성취감 키우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목재 교구는 노인들의 치매예방 및 정서안정에도 도움을 줘 노인복지시설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목재로 만든 ‘실버 교구’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사용하기 좋으며, 도시 노인들의 웰빙에 도움을 준다.  

1 다양한 수종으로 만든 교육용 블록. 천연 식물성 오일로 마감해 피부가 약한 영유아들이 사용하기 좋다. (숲소리)  
2 오리지널 레고 목각 미니피겨. 한정판 출시 제품으로 키덜트족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고그룹) 
3 원하는 형태로 조립해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원목 블록. 나뭇잎 등을 꽂아 오브제로도 활용 가능. (스튜디오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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