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시설로 변신한 1930년대 목조가옥, 회현사랑채
상태바
공동육아시설로 변신한 1930년대 목조가옥, 회현사랑채
  • 김미지 기자
  • 승인 2020.01.28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1935년에 지어진 2층 목조주택을 리모델링한 회현사랑채는 회현동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도시형 마을회관이 됐다. 어떤 날은 육아를 주제로 한 강의가 열리는 강당이 되고 또 어떤 날은 마을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회의실이 되기도 한다. 목조가옥의 중후한 매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외관부터 주민들을 위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90년 전의 일본식 가옥을 리노베이션하다 
남산 아래 위치한 회현동은 하루 평균 50만 명이 찾는 남대문 시장을 끼고 있어 상인들과 동네 주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동네이다. 이곳의 골목을 걷다보면 마치 미로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좁고 구불지며 비탈진 길들이 골목을 이루기 때문이다. 남산공원과도 이어지는데, 가파른 언덕길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오래된 낮은 집들 사이에 보이는 하얀 외벽의 2층 기와집, 목조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회현동의 마을회관 회현사랑채다.

Before&After

리모델링 전후 회현사랑채. 원래 목조가옥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을 더해 옛스러움과 현대미가 공존하는 집을 완성했다.

1935년에 지어진 2층 목조주택은 광복 이후 4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으로 증・개축됐다. 오랜 시간에 걸쳐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형돼 온 이 집을 마을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체 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회현사랑채를 설계한 이용주 건축가는 “가능한 목조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특히 지붕과 내부 천장구조 만큼은 원형을 살려 목조가옥의 중후함을 재현시키고자 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증축된 외관 부분은 모두 철거하고 외벽을 유리로 마감해 바깥에서도 내부 모습이 잘 보이도록 했다.

90년 전에 지어진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원래 집의 도면이 남아있지 않아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철거와 구조 설계에만 3개월 이상이 걸렸으며 골목이 협소해 장비를 싣은 차량의 접근이 힘들었다. 때문에 사람이 운반할 수 있는 크기를 고려해 자재를 선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고.      

1층 휴게실의 한쪽 벽에는 매립형 수납장을 설치해 비좁은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기존 목조가옥의 특징인 천장 목구조를 그대로 드러내 내추럴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옛스러움과 현대미가 공존하는 집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대조를 이루면서도 어우러지는 집을 계획했다.”
이용주 건축가의 말처럼 회현사랑채는 옛스러움과 현대미가 공존한다. 외관은 하얀색 스타코와 시멘트 기와로 단순하게 마감했는데, 이는 1층과 2층에 설치된 큰 창을 통해 보여지는 내부 목구조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지붕 뼈대와 외부 창틀은 은은한 광택의 검정색 금속 재질로 마감해 현대미를 더했다. 2층 일부를 현대 건축 구조인 캔틸레버(구조체가 땅에서 떨어진 채 한쪽 끝만 고정된 형태)로 띄운 것 역시 원래 전통가옥과 대조되는 요소다. 

내부 벽을 허물어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해 강당으로 활용하고 있는 2층.
현대 건축구조인 캔틸레버 시공과 지붕 모양을 살린 통유리 설치로 채광과 개방감을 높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목구조의 중후한 매력을 더욱 잘 살필 수 있다. 천장과 내벽을 모두 철거해 목구조가 그대로 드러나게 했고 2층은 단일 공간으로 만들어 대강당의 느낌을 살렸다. 구조적 보강을 위해 2층에 추가 설치한 나무 기둥 역시 그대로 노출시켜 목구조 가옥의 매력을 강조했다. 1층의 공동육아실은 아이들과 학부모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정집 형태로 설계했다. 외부 데크와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폴딩도어를 설치했으며 수납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립형 수납장을 달았다. 

1층의 공동육아실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야외 데크와의 연결성을 높였다.

주민 위한 공유시설로 탈바꿈한 적산가옥, 시대적 아픔 딛고 새로운 모델 제시
주민을 위한 공유시설이 적었던 회현동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매우 반겼다. 현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공동육아시설을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방, 마을 회의실 등 동네를 대표하는 마을회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공공시설과는 다르게 운영 주체가 주민 스스로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의논해가며 이곳을 가꿔나가고 있다고 한다. 회현사랑채라는 이름 역시 주민들 스스로 지었다고. 

은은한 광택의 검정색 금속 재질로 마감해 현대미를 더한 지붕 뼈대와 외부 창틀.

회현사랑채는 1935년에 지어진 일제의 목조주택을 지역 주민을 위한 공용시설로 바꾸는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겨놓고 간 일본인 소유 주택을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고 부르는데, 현재까지도 많은 적산가옥이 서울시 건축자산으로 지정돼 그 건축적・역사적 의미를 부여받고 있으나 아직 논란이 되는 부분이 많다. 지금은 일제강점을 입증하는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로써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적 자원으로 이해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자산인 일식 근대 가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앵커시설 Project
작년 12월 서울역 일대 서계・중림・회현동에 새로운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탄생한 앵커시설 8개소가 개관했다. 앵커시설이란 문화생활에 소외된 지역에 문화거점 역할을 할 핵심 시설로, 노후된 주거지를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 주민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시설을 말한다. 이번에 개관한 앵커시설은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으로 북토크‧전시 등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 ‘중림창고’와 라이브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문화예술공간 ‘은행나무집’, 주민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계단집’, 공동육아시설을 갖춘 도시형 마을회관인 ‘회현사랑채’ 등으로 공공건축가들이 ‘재생’ 건축물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리모델링과 신축을 병행했다. 현재 이 앵커시설들은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건축 개요
대지 위치: 서울 중구 회현동 
구조: 목구조(철골 보강)
용도: 근린생활시설(주민공동시설)
건축면적: 112.15㎡
연면적: 188.11㎡   
1층 96.63㎡   
2층 91.48㎡
건폐율: 49.46%
용적률: 82.96%
외장재: 스타코, 시멘트기와
내장재: 비닐페인트 도장
바닥재: 에폭시 마감, 마루
단열재: 비드법(지붕), 글라스울(외벽)
설계: 이용주건축스튜디오
시공: 신아주종합건설

김미지 기자   giveme@mediawoo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