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지난 1월 8일 정부는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시행했다. 이에 올해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을 적용해야 한다.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엔 민간건축물, 2030년엔 500㎡ 규모 건축물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제로에너지건축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의 기후변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산업, 건물, 에너지전환, 수송 등 각 부문에서 총 2억765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며 이 가운데 건물부문에서 6450만 톤을 줄여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이란 단열·기밀성능 강화를 통해 건축물 에너지사용량을 저감(패시브)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설비로 에너지 생산(액티브)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건축물이다. 국내의 경우 1++(2등급) 이상 에너지효율등급, 최소 20% 이상 에너지 자립률을 인정받아야 제로에너지 등급을 얻을 수 있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건물의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이 나뉜다. △20~39% 5등급 △40~59% 4등급 △60~79% 3등급 △80~99% 2등급 △100% 이상 1등급의 순이다.

건설업계는 제로에너지건축을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최근 위축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한다. 하지만 제로에너지건축에 쓰이는 고가의 자재로 인해 건축비용이 올라가는 점과 이를 지원할 정부의 실질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한국목재신문>은 실제 지상 36층 886세대의 제로에너지건축 단지인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를 건설해본 제로에너지건축 전문가인 현대건설 미래기술연구소 이병두 차장을 만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제로에너지건축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 일문일답.

이병두 현대건설 차장
이병두 현대건설 미래기술연구소 차장

국내 제로에너지건축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다.
제로에너지건축의 핵심 기술은 단열과 기밀 성능을 강화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패시브 기술과 태양열과 태양열, 지열 등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액티브 기술이다.

현재기술로도 에너지 자립률 100% 이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다만 건축비용이 많이 상승한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PV)은 보통 대지면적이 넓은 공공건축물에서는 옥상과 지상 주차장 등을 활용해 PV 모듈을 많이 설치하면 된다.

그러나 대지면적에 한계가 있고 고층 건축물일수록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려면 옥상에 PV 모듈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보다 많은 모듈을 상대적으로 공간 제약이 덜 받는 건물 벽면에 설치하는 건물부착형태양광발전시스템(BAPV)나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 등을 적용해야 하는데 BIPV는 일반 PV 대비 3~5배 가격이 비싸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서 BIPV를 생산하는 업체가 몇 곳 없다. 과거에는 LG 등 대기업도 생산했지만 지금은 양산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건축재와 발전 기능을 함께 갖춰야 하고 건물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 만큼 주문 제작이 기본이라 사업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충분하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민간 참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2025년부터는 500㎡ 이상 공공건축물, 1000㎡ 이상 민간건축물과 공동주택 30가구 이상은 제로에너지건축이 의무화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건축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최근 분양가 상한제 등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 건설사들이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용적률 및 높이 완화, 취득세 등 최대 15% 감면 혜택이 있지만 이보다는 용적률 완화에 비례해 분양세대를 늘려주는 방안이나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에 따른 공사비 증가부분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의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태양광 발전(PV)의 경우 이미 Grid Parity(화석연료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건축물에 적용 시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한 태양열은 보급이 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태양광과 태양열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PVT(태양광-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개발 고도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쟁력 있고 디자인적으로 거부감이 없는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 건물부착형태양광발전시스템(BAPV) 등의 개발 및 설계지침이 필요하며 표준화된 시방서와 유지관리가이드가 정부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현행 제로에너지인증은 신축 건물에만 적용된다. 기존 건축물에도 적용할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기존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을 적용할 수 있는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에는 총 720만 동의 건물이 존재한다. 그런데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는 신축 건물에만 적용된다. 2018년 기준 신축 건물의 착공은 22만 동 수준으로 전체 건물 동수 대비 3%에 불과하다. 정부가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한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것이다.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로에너지건축을 위해서는 매년 3%에 불과한 신축건물에만 적용할 게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도 적용해야 한다. 특히 준공 후 30년 이상 지난 건축물(전국 266만 동)에도 제로에너지인증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들 건축물은 에너지효율등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신축 제로에너지건물도 중요하지만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을 평가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인천 송도에 지상 36층 886세대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사진)를 지었다. 이 단지는 에너지 자립률 23.37%를 달성해 제로에너지빌딩 인증등급 5등급을 획득했다.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인천 송도에 지상 36층 886세대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사진)를 지었다. 이 단지는 에너지 자립률 23.37%를 달성해 제로에너지빌딩 인증등급 5등급을 획득했다.

현행 제로에너지인증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개선돼야 할 점을 꼽는다면?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실질적인 평가 및 관리가 필요하다.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인증 받은 건물은 정기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받고 데이터를 공개해 실질적인 효과 및 검증을 받아야 한다. 현행 제로에너지인증은 에너지 자립률 20%만 달성하면 된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PV) 10%, 연료전지 10% 등 총 20%만 달성하면 5등급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연료전지를 사용하려면 화석연료인 LNG를 개질해서 수소로 변환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단가의 경제성이 떨어져 설치 후에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종종 볼 수 있다. 제로에너지인증용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실제 사용되지 않으니 신재생에너지원으로서의 발전이 어려워진다. 사용을 해야 연료전지의 부작용이나 개선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BEMS는 빌딩 내 에너지 관리 설비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에너지사용량‧설비운전 현황‧실내환경 및 탄소배출량 등을 관리해 주며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평균 5~15%가량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관리공단이 BEMS를 시범적용한 관공서, 교육시설의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운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BEMS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수동으로의 조작이 더 편리하다고 보는듯 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목재펠릿’도 있지만 제로에너지건축에 적용되는 경우가 없다. 원인이 뭔가?
목재펠릿의 경우 건물의 난방에너지원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을 평가하는 ECO2에 항목조차 없다. 관련 기술개발 및 프로그램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가 여러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업계에서 봤을 때 부족한 점은 없는가?
지구단위 제로에너지 시범사업을 더욱 도전적으로 수행했으면 한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을 보면 대부분 4~5등급 수준이다. 이를 더 높여야 한다.

또 해당 지구단위가 실질적인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내에 소규모 분산형발전소‧열병합발전소‧계간축열시스템 등의 적극 도입을 통해 제로에너지 도시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고 이를 기반으로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 및 시장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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