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윤형운 기자] 교외로 나가다보면 참나무 장작을 쌓아둔 카페나 음식점, 캠핑용 연료 파는 곳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근래에는 캠핑인구가 늘어 참나무 장작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그런데 장작용으로 쓰이는 참나무 원목 중에는 가구나 마루, 조명이나 소품용으로 쓰일만한 직경의 원목도 흔히 볼 수 있어 과연 우리 산의 참나무는 땔감 말고 쓸데가 없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국목재신문>은 ‘국산 참나무 왜 고부가가치화 할 수 없는가’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직경 30cm가 넘는 장작용 참나무
직경 30cm가 넘는 장작용 참나무

2018년도 산림청의 벌채량 비율을 보면 소나무 29.7%, 참나무 26.8%, 기타활엽수 13.4%, 낙엽송 9.0%다. 이중 참나무는 137만4000입방미터(㎥)가 벌채되는데 헥타르(ha) 당 78.5㎥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국내 참나무 축적량인 2억7574만4000㎥ 중 0.5%가 벌채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민유림에서 벌채되고 있는 참나무는 경북지역 23.5%, 충북지역 16.7%, 강원지역 14.8%로 나타나 경북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고 알려졌다. 2019년 산림청 목재수급전망에 따르면 4영급 이상 벌기령 도달임지 확대와 참나무류 수종갱신이 확산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참나무 벌채가 늘어난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국산 참나무가 숯이나 땔감으로 밖에 쓰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꿔보고자 국산 참나무 마루재를 개발하고 있는 A대표는 “벌채된 국산 참나무 중 직경 25cm 이상의 것을 벌채업자로부터 구매한 후 제재하고 이를 특수건조기로 건조해 학교용마루, 상업용마루, 고급 온돌용마루를 제조해 봤더니 품질이 예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나무 건조에 맞는 건조기와 건조기술이 있으면 얼마든지 국산 참나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의 B대표는 “국산 참나무를 이용해 조경용 난간재를 개발했으나 천연내구등급이 낮아 이를 보완하는 후처리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완산의 C업체 대표는 “국산 참나무로 열처리목재를 생산하려고 수많은 시도를 했다. 1년 간 성공을 못하다가 개발 말미에 열처리 전에 특수한 건조를 통해 함수율을 8% 이하로 낮춰야 열처리목재로의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벌채사업을 하는 D대표는 국산 참나무의 이용에 대해 “극히 일부만이 소재개발로 사용되고 직경이 큰 참나무는 숯을 만드는 업체에 입방미터당 15만 원에 팔리고 나머지는 펄프재나 연료재로 8만 원대에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참나무 건조기술이 없어 이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특수한 건조기술로 참나무 건조를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치하는 상황은 전적으로 산림청의 책임이다. 산림청이 시설투자를 해줘야 국산 참나무 이용의 물꼬가 터지지 않겠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작금의 상황을 개탄했다.

앞서 취재한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 국산 참나무의 고부가가치 제품화는 특수한 건조기와 건조기술의 보급이 동반돼야 성공할 수 있다. 결국 건조에 대한 시설투자 없이는 참나무의 고부가가치 이용은 어렵다는 말이다.

국산 참나무 15%만 건조해 소재생산하면 500억 원 이상의 시장 열려...과감한 건조시설 투자 시급해
벌채된 국내 참나무 중에 직경 20cm 이상은 10~15%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벌채업자들의 판단에 따른 추정치다. 산림청은 벌채된 참나무 직경에 대한 데이터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결국 추산치지만 20cm 이상을 계산해 보면 14~21만㎥ 이상이다. 이 참나무를 제재 후 건조한 판재로 생산한다면 예상되는 최대치 소재시장 규모는 535억 원(제재수율 50%, 건조수율 85%, ㎥당 60만 원 계산)에 이를 전망이다.

국산 참나무 건조
국산 참나무 건조

전문가에 따르면 참나무 제재목 10만㎥를 건조하는데 10㎥ 건조기(한 달 3회전)가 약 277대가 필요하다. 특수건조기 1대당 가격은 3억 원 전후. 831억 원가량 투자하면 매년 국산 참나무 20만㎥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건조된 참나무가 가구, 마루, 내장재, 플레이팅도마, 선물용품 등으로 제품화되면 최소 연간 2610억 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는 수입 참나무 제재목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 ㎥당 60만 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우리나라 산에서 벌채한 참나무는 장작, 펄프, 골목용으로 주로 쓰이는데 연간 총 판매액은 1000억 원 안팎이다. 국산 참나무 15%를 고부가가치화하면 나머지 85%의 기존 사용용도와 합해서 총 1450억 원의 시장규모로 확대된다. 건조기 감가상각을 10년 설정하면 매년 83억 원의 건조시설 투자로 소재 500억 이상, 제품 2610억 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벌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참나무 외에도 참중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오동나무, 박달나무 등 10여 가지 수종들은 고부가가치 자원화가 가능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교용 국산 참나무 마루
학교용 국산 참나무 마루

이에 산림청 관계자는 “벌채업자들이 보조금 형태의 직접 지원을 요구해 내부검토 중이나 직접 지원은 어려울 듯하다”며 “참나무 고부가가치화 정책을 추진한다 해도 대부분 영세업자라서 정책 지원을 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참나무를 땔감 취급하는 현 상황은 임산산업의 후진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국산 활엽수 용도개발을 위해 과감한 건조시설 투자를 해야 한다. 목재인들은 벌채한 참나무를 쓸데가 없어 땔감용으로 파는 것은 임가소득을 떨어뜨리고 자원의 막대한 낭비임을 강력하게 지적한다.

본지가 수입통계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수형과 직경을 감안해 계산해도 직경이 큰 국산 참나무는 수입 참나무에 비해 5배 이상 싸게 거래되는 실정임이 밝혀졌다. 이런 가격차이 때문에 건조만 제대로 해서 소재를 생산하면 국산화하는데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산림청은 국산재의 고부가가치 활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목재산업의 국산재 보급과 기술개발의 장을 열어주는 게 궁극적으로 산주의 임업소득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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