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산림산업연구과
배재수 과장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매년 나무가 자라는 생장량보다 낮은 벌채량을 유지해왔다. 임업의 단계로 보면 황폐산지를 복구하고 산림을 조성‧육성하는 시기였다. 1970년대가 헐벗은 산림을 녹화하고 임업의 토대를 쌓는 1차 도약의 시기였다면, 지금은 반세기 넘게 조성해 온 산림을 자산으로 목재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2차 도약의 시기이다. 임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산림자원 조성과 육성뿐만 아니라 목재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 단계의 가치사슬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선순환시키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국내 산림자원은 31년생 이상 산림이 72%에 달할 정도로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나라 임업의 큰 기회 요인이다. 그럼에도 산림자원과 임업 현장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들이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목재 생산을 위하여 장령림에 편중되어 있는 영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국산목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하여 인공림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집약화해야 한다. 경제림육성단지를 국산목재의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한 재편 방향을 수립하고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재조림 시대를 대비하여 적절한 조림수종을 선정하고 양질의 묘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거시지표인 인구는 2028년에 정점을 보인 이후 빠르게 감소하고 경제 성장률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최근 임업생산액은 정체되고 임가는 줄어들고 있으며 임가 소득은 여전히 농가와 어가 소득에 비해 낮다. 목재산업을 둘러싼 상황 역시 최대 수요처인 건설수주액의 감소,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긍정적이지 않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임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먼저 국내 목재시장에서 수입목재를 국산목재로 대체하기 위한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수입목재를 국산목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산림자원의 조성·육성·생산 및 유통 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임업과 목재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최근 산림경영의 촉진과 임업의 발전을 기대하게 하는 두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 활용할 수 있게 된 것과 국내에서 생산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REC 가중치의 상향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산림과 임업의 기회와 위기 요인을 고려하면서 장기적으로 국산목재의 지속가능한 공급이 가능하도록 산림자원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안한다. ‘순환경제’란 자원을 버리지 않고 순환적으로 이용하는 경제시스템을 말한다. 즉, 한번 사용된 자원이 마지막 폐기 단계에서 버려지는 선형경제와 대비된 자원의 절약과 재생을 근간에 두는 경제시스템이다.

하지만 산림자원 순환경제는 일반적인 순환경제와 차이가 있다. 순환경제가 자원 소모적 선형경제의 대안으로 나타났다면, 산림자원 순환경제는 산림자원의 조성과 육성, 생산과 소비를 단편적으로 바라보았던 기존 자원이용방식의 대안으로서 등장한 개념이다. 따라서 산림자원 순환경제는 재생가능한 산림자원의 생산·유통·소비를 통합적으로 선순환 시키는데 중점을 두며, 산림과 지역사회의 지속성을 추구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고, 다시 심는 순환과정이 지역에서 이루어져 직접적인 혜택을 지역주민들이 받는 경제구조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림자원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4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한다.

첫 번째로, 보다 가치 있는 산림자원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가치 있는 미래 산림자원의 육성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산림자원의 육성 목표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산림자원의 변화와 목재시장의 수요를 과학적으로 전망하여 국산목재의 목표 생산량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림육성단지를 대상으로 인공림을 확대하고 목재생산을 위한 기반시설인 임도를 집중 투자함으로써, 경제림육성단지를 국산목재의 공급기지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임업 인프라를 확충하여 목재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산목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화 작업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계화작업이 가능하도록 임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기존 임도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현장조건에 맞는 기계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산촌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여 임업기계를 다룰 수 있는 양질의 전문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세 번째로, 국산목재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국산목재의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목재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가공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목재제품의 유통시스템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목재의 생산, 운반, 가공, 유통, 소비 단계마다 제품의 흐름과 가격을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여 공공건축물, 버스환승센터 등 공공시설물에 대한 목재이용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대규모 수요처를 발굴하여 국산목재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지역순환형 임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산림자원 순환경제는 산림자원의 선순환체계를 기반으로 지역의 산림경영 주체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목재산업과 시장이 연계된 지역순환형 임업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즉 지역에서 생산된 산림자원이 지역에서 알뜰하게 소비되고, 목재생산과 이용을 통한 혜택이 산주와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임업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모두 장기적인 시각에서 끈질긴 노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과제이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 세대 뒤에 그 열매를 맛볼 수 있다. 국민의 공적 자산인 산림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데 임업의 기여를 높이는 가치 있는 도전이라 생각한다.
 

* 이 글은 2020년 1월 16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0 산림・임업 전망』대회에서 발표한 원고를 요약했다. 전체 내용은 <배재수‧김영환‧한희‧신중훈_2020. 「산림자원 순환경제의 도전과 기회」, 『2020 산림‧임업 전망』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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