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집성재 전문기업 경민산업은 △스마트 목조건축 실현을 위한 중층 건축용 프리패브 전단벽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산림청 ‘목재 자원의 고부가가치 첨단화 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한국목재신문>은 이한식 경민산업 대표를 만나 앞으로 진행될 연구의 내용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연구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리패브’는 건축에 필요한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공사현장에서 손쉽게 조립이나 부착만으로 끝낼 수 있는 공법을 의미하며, ‘전단벽’은 벽이 건물하중을 지지하는 것으로 지진으로 발생한 수평력 등 지진력에 저항할 수 있는 벽체를 말한다.

이를 두고 이한식 대표는 “이번 연구개발은 단순히 간단하고(프리패브) 튼튼한 건축자재(전단벽)의 개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전단벽 등 여러 건축자재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이를 실제 건축에 적용할 수 있는 흐름(시스템)이 갖춰지면 목조건축물의 건축비용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건물 대비 높은 가격으로 건축주로부터 외면 받는 목조건축물의 활성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1975년 설립된 경민산업은 목재 오퍼상으로 사업을 시작해 1990년대 국내 집성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민산업의 제품품질과 기술력은 국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실제 지난 2010년 영암 포뮬러원 경주장(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 공개됐을 당시 관람객 및 외신의 호평을 받은 한식육교를 제조·시공하기도 했다.

이하 일문일답.

이한식 경민산업 대표
이한식 경민산업 대표

 

이번 연구 주제인 ‘중층 건축용 프리패브 전단벽시스템 개발’을 보면 2층 이상 목조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프리패브 전단벽의 개발과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더 튼튼하고(전단벽) 빠르게 시공할 수 있는(프리패브) 자재를 만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목조건축물을 보다 경제적으로 지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려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건축시장이나 관련 기사 등을 보면 해외 사례를 들면서 중·고층 목조건물과 CLT(공학목재) 공법에 의해 목조건축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 상황을 보면 목조건축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를 통해 2층 이상 중‧고층 목조건축물에 사용되는 건축자재를 공장에서 빠르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겁니다. 하나의 구획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죠. 잘 된다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될 겁니다. 이 경우 공사 기간이 줄어들뿐더러 공사 인력을 적게 써도 되죠. 건축비용의 절감효과가 발생하는 겁니다.

또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예비건축주들이 쉽게 고를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춰진다면 목조건축 시장 활성화의 근간이 되지 않겠어요? 나아가 국산재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겠죠.

목조건축물이 주목받는 것에 비해 실제 건축물량은 많지 않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목조건축물이 주목받는 것은 목재라는 재질이 갖는 친환경성 때문입니다. 또 목재가 사람에게 끼치는 정서적 안정 등 인간 삶에도 도움을 준다는 여러 연구도 있고요. 이처럼 목조건축물이 좋은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같은 면적으로 건축할 때 타 건축재 대비 비용이 높아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질 좋은 재질의 콘크리트가 싼 값에 생산되는 국가에서는 목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목재의 가격이 높은 이유는 규격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축주 의뢰에 맞는 규격의 집성재 등을 생산하면 이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야 하잖아요? 그 때 거치는 단계가 너무 많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거치는 단계가 많다는 것은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접근이 쉽지 않아요. 어디서 어떤 목재를 구할 수 있는지 목재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목조건축물을 많이 짓는 국가를 보면 주로 산림자원국가입니다. 목재를 생산해서 수출을 많이 하거나, 자국 경제에서 목재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가들을 의미하죠. 유럽의 오스트리아나 북미의 캐나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건축비용도 문제죠. 건축비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입니다. 특히 목조건축물 시공에 투입되는 전문 인력의 경우 그 수도 많지 않아 인건비가 높죠.

목조건축에 대한 정부 정책이 업계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맞습니다. 산림청이나 국립산림과학원 등 주관부처는 목조건축물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도 그런 맥락이죠. 그런데 두 기관밖에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나 환경부 등 건축이나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처의 경우 목조건축물이 갖는 친환경성과 이를 통해 국가가 얻을 수 있는 효과에 의해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목조건축물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간접적인 정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또 내화성능이나 높이라든지 건축 규제법이 강해서 건축자재로서의 목재의 역할이 제한적입니다. 전술한 것처럼 규격화되지 않은 제품이라 인증절차도 복잡하고요.

그리고 통제가 심하다는 것. 아무래도 국가 예산을 받아서 진행하는 만큼 통제가 있긴 하겠지만 너무 심하다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정말로 필요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인지 주관부처의 실적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에 가담한 것인지 헷갈립니다.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해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연구에 필요한 3000만 원 이상 장비를 사려면 심의를 거치고, 1억 원이 넘을 경우 기획재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신청한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절차도 복잡합니다.

인증 절차에 들어가는 서류 작성 및 인증을 위한 절차 등 부수적인 업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라리 내 돈 들여서 내가 개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면에서 약간 아쉬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님께선 과거에 '더 이상 연구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국산목재 활성화를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참여하게 된 것이고요. 연구개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은 여전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했던 연구개발은 우리가 주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다른 기관이 진행하는 연구에 협업기관으로 참여해 연구를 진행했던 것인데, 대부분 상용화도 안 되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치더라고요. 또 기업이 주체가 아니다보니 의견 차이도 발생하고요.

무엇보다 애써 개발해 놓으면 다른 업체들이 너무 쉽게 따라와요. 그렇다고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서의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술했다시피 연구개발비의 지원을 받으면 그것은 또 우리의 것이 되는 게 아니에요. 관리가 너무 엄격해서 힘들고 차라리 내 돈 들여서 하고 싶다니까요.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해서 정말 필요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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