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정리된 명함집 일곱 권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정재갑 사장의 이력은 매우 단촐하다. 한회사 한 부서에서만 23년을 근무하고 5년전 우창합판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이건산업에 입사해 합판 영업부서에서 최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부서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이건을 퇴사한 지 5년이 지났건만 그의 영업에 관한 일화들은 아직도 합판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는 그가 처음 만나는 이들도 이건의 정재갑을 알고 있어 머쓱해진다는 그가 합판 영업직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영업전략과 그의 영업에 관한 일화를 들어보자.

 

Image_View합판 영업계의 별종
정재갑 사장은 이건산업에서도 별종으로 불렸다. 정 사장은 별종이 많은 회사, 그리고 그런 별종들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은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한다. 그가 합판 영업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이건의 기업문화도 한 몫 했다.
서대문에 경찰청 건물을 지을 때였다. 당시에는 4대문 안쪽으로는 5톤 이상의 승합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합판을 싣고 4톤짜리 트럭으로 가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았고 그는 물류회사 사장에게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5톤 이상의 트럭에 합판을 실으라고 했다. 합판을 실은 트럭 맨 앞줄에 정 사장의 자가용이 서서 유유히 4대문 안쪽으로 들어갈 때였다. 경찰이 제지하자 그는 대뜸 "이 자재가 못 들어가면 경찰청 못 짓는데 건물 안지어노 되느냐"고 말했고 경찰은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의 기이한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우건설에서 리비아 건설현장에 들어갈 합판 공개입찰을 할 때였다. 대우 측에서 입찰 가격에서 5,000만원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함께 입찰에 참여한 타 회사 이사들은 바쁘게 회사로 전화를 해 가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당시 대리였던 정사장은 회사에 전화 한 통 않고 그 자리에서 단가 인하를 수락하며 대신 이 물량은 모두 이건이 맡겠다고 했다. 담당자가 정 사장에게 대리가 이런 것을 결정할 수 있냐고 하자 "저는 그냥 대리가 아니라 대표이사 대리입니다"라며 기지를 발휘했다. 결국 입찰물량의 90%를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정리를 잘하는 것은 영업의 기본
그의 가장 큰 재산인 명함집을 들여다보면 한 회사의 직원명함이 150개인 경우도 있다. 회사별로 잘 정리된 명함은 대부분 그가 이건에서 합판영업을 하면서 접한 이들이다. 심지어 그가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던 대우의 직원 중 일부는 그가 거래처 직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직장 동료로 착각까지 할 정도였다는데…….
사무실 한 켠에서 꺼내든 앨범에도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84년 무렵 이건의 장문영 부회장이 직접 보낸 엽서도 앨범 한 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엽서를 보며 그는 또하나의 사건을 떠올린다.
장문영 부회장이 전무로 있던 84년 이건에서 대우 리비아 현장 납품한 제품이 하자가 발생해 장문영 전무 직접 현장에 방문했을 때 쓴 엽서라고 정 사장은 운을 뗀 뒤 그 클레임을 해결한 방법을 들려준다. 당시 이건에서 면 티셔츠를 제작했는데 각 현장으로 티셔츠를 장문영 전무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미리 보내줬단다. 그 티셔츠 몇 장으로 클레임 건은 쉽게 마무리됐고 그는 돈을 많이 쓴다고 영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며 얼마의 돈을 어떻게 써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티셔츠 로비 사건을 자평하기도 했다. 아무튼 티셔츠 덕에 그의 이름은 리비아까지 알려지게 됐다.


합판산업은 선견지명이 있어야
예전에 합판이 금판이던 시절이 있었다. 400불에도 미치지 못하던 수입단가가 600불까지 치솟고 있을 때였다. 당시 합판생산 회사들도 직접 수입을 했는데 정 사장은 400불 때부터 수입한 합판을 2달 이상 시장에 팔지 않고 재고를 늘려갔다. 회사에서는 재고 그만 늘리고 판매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그는 고집을 피웠다. 그때 인도네시아 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670불까지 오른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서둘러 610불선에서 수입한 합판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입을 하면 650~670불인데 국내에 들어온 제품이 610불정도니 너도나도 이건산업에서 합판을 사갔고 보름만에 그 물량을 다 판매했단다. 회사에서는 더 오른다는데 왜 파냐고 했지만 곧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갑자기 합판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도 비<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