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동화된 나무 예술가
감자꽃 필 무렵 대표 이규석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봉평 부근에는 또하나의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 평창 속사에 위치한 ‘감자꽃 필 무렵’은 상호만큼이나 독특한 정취를 지닌 카페이다.
카페 대표이자 목조각가인 이규석씨는 이 카페를 직접 지었다. 탁자와 의자를 만들고 조명과 장식용품까지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부분도 모두 손수 담당했다.
특색있는 목재 인테리어를 갖춘 이색적인 카페 감자꽃 필 무렵을 찾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각으로
단순히 카페 주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난 이규석씨는 목조각가란 호칭이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연이 좋았다. 산이 좋아 20년전 산 속으로 들어왔다. 돌, 나무, 바람 모든 자연이 좋다는 그는 산 속 화전민이 살던 집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로 생활소품부터 가구, 그리고 이 ‘감자꽃 필 무렵’까지 직접지었다.
목공예 전시장‘감자꽃 필 무렵’
그의 카페에는 그가 사랑하는 자연이 담겨져 있는 공간이다. 나무 뿌리를 응용해 만든 탁자와 의자, 통나무를 그대로 이용한 의자, 나무로 만든 전등갓, 나무 선반. 나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한자리에 있는 느낌이다.
카페는 육송으로 토대를 세우고 엄나무, 잣나무, 전나무, 대추나무, 광솔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 국내 수종이 다양하게 쓰였는데 짓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하루에 이 카페를 찾는 사람은 50∼60명 정도인데 얼마 전에는 민박집을 따로 지었다.
평창휴게소에서는 그가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80년대에는 4∼5회 개인전도 가진 경험이 있다.
목재가치 없어도 훌륭한 작품 소재
이규석씨의 작품은 나무의 생김새를 변형없이 특징을 살려 만드는 것이다. 휘어지면 휘어진대로 썩은나무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는데…….
이제 나무를 보면 ‘이것은 의자감이구나’, ‘이것은 달마상을 조각해야겠구나’하는 구상이 먼저 떠오른다고.
실제로 대추나무로는 달마상을 동강 장마 때 떠내려온 속이 텅빈 버드나무에는 서각을 해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또 400년 된 피나무는 안락한 의자로, 자투리 목재들은 전등갓으로 그의 손을 통해 나무들은 새생명을 얻는다.
그는 조각하는 일을“나무의 성격을 살려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죠. 나무는 마음으로 깎는 거지 손재주로 깎는게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김벌레 선생을 따라 다니며 자연에 대한 철학을 배운 것이 조각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고약박달이 가장 좋아
그는 많은 나무들 중 고약박달이라는 썩은 박달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광솔, 피나무도 좋지만 강원도에서가장 많이 난다는 주목은 너무 화려해서 왠지 싫다.
베어온 나무는 2년간 자연건조 시킨 후 작품을 만든다. 요즘은 나무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작품을 만들 때면 겨울철이 가장 어렵다. 대작을 만들 경우 실내제작이 어려워 영하 25℃이상 내려가는 밖에서 작업하기 일쑤다.
가끔 목공예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있지만 최근에는 한두달 배우고는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술혼은 유전
그는 세아이의 아버지다. 큰딸은 홍대 가구디자인과에 작은딸은 판소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데 남다른 그의 삶을 이해해주고 아버지를 존경해왔다는 딸들은 그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부인과는 그의 개인전에서 만났다. 작품에 반해서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하니 그의 작품은 중매쟁이 역할도 한 셈이다.
카페 한 구석에는 판소리 무대가 마련돼 있는데 그가 부르는 심청가 한 대목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