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윤형운 기자]

모건설사에 원목마루를 납품하는 A업체는 코로나19로 물량을 맞추느라 갖은 고생을 다했다. 건설사는 시공현장에 납기를 못 맞출까봐 해당업체에 매일 전화하다시피 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막힌 상태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조차도 기적에 가까운데 막상 납품하면서부터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오더 할 때 이 정도면 된다고 합의한 품질보다 더 높은 품질을 요구하고 나오기 때문이다. “색상이 맞지 않는다. 옹이가 있으면 곤란하다등등 트집을 잡고 나오니 납품업체들은 제품포장을 일일이 뜯어서 색상이나 옹이 등을 재선별 하는 작업으로 인해 손해가 매일 발생한다. 거기에 선별로 납품 못한 재고까지 갑자기 늘어나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한다. 건설사에 항의하면 우리가 봐주고 싶어도 소비자가 싫어한다식으로 몰아 부치기 일상이다. “목재는 특성상 일정 등급이 정해지면 다시 선별해서 거래가 불가한 품목이다. 대량주문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모두 망합니다. 대기업은 이미 납품전부터 가격 협상을 타이트하게 하기 때문에 납품현장에서 자재를 골라 쓰는 식의 갑질로 인해 남품업체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대기업 건설현장에 목자재를 납품하면 잠시 좋을 뿐 속으로 골병드는 일이다반사다고 하소연이다. “그들은 천연소재를 인공화학소재 다루듯 한다고 탄식했다.

국내 모 파렛트 공장에 쌓여 있는 파렛트 소재
국내 모 파렛트 공장에 쌓여 있는 파렛트 소재

강마루 특판시장은 대기업 건설사의 지나친 가격인하 경쟁유도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납품을 해 온지 오래됐다. 대기업 건설사는 제조원가 공개를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상대 납품회사의 말도 안 되는 낮은 견적서를 보여주면서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일들이 다반사다. 마루제조업체들은 갈수록 채산성이 떨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원가이하라도 납품해야 하는 절박한 환경이 된지 오래다. “지금도 매우 어렵지만 이대로 가면 공멸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B업체 대표는 특단의 수단이 있어야 하는 데 마땅치가 않다고 했다.

파렛트 제조업체 모대표는 대기업들이 담당직원에게 원가절감 인센티브 독려라는 정책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에 각재를 납품하는 C사는 입찰을 보면 5, 6등이 예사다. 낙찰가를 보면 원가 또는 원가 이하의 가격이 일상이 돼간다현재 상황이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경기에서 살아남고 보자는 식의 경영이 우선하는 것 같다고 했다. “건설재를 하는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유산쓰를 쓰고 매출을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면 손해를 보더라도 매출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기업들이 매출을 줄이고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아 제살깍기는 계속되고 피해를 주는 기업들도 많아지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주방가구를 납품하는 P업체도 "발주업체가 납기를 짧게 주기 때문에 미리 물건을 만들어둔다. 그런데 발주가 안 나오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또 창고비용 또한 만만하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으로부터 OEM을 받는 업체들도 주문한 오더를 제때 가지고 가지 않아 창고도 좁은 데 창고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불만이다.

심지어 학교용마루 조달시장도 저가경쟁을 하다가 급기야는 직생위반을 해가면서 납품하다가 상당부분의 회사가 적발되기도 한 사건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국내에서 생산해서 조달가를 맞출 수가 없는 지경까지 가버렸다고 직생위반 관계자는 토로했다.

종합해 보면 IMF나 금융위기보다 현재가 목재산업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법과 제도를 아무리 바꾸고 환경변화에 노력하더라도 당장은 현실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30년 이상 목재사업을 해 온 대표는 줄일 수 있는 업체는 그 나마 낫지만 그럴 수도 없는 업체는 주위에 피해만 주고 부도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아직까지 목재업체들은 유일한 해결책인 판매조합을 만들어 대항할 신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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