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하면 일본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일본의 로봇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된 것은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이었다. 1950년대에 일본의 어느 잡지에 연재된 만화 ‘아톰대사’를 1963년 TV용 에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 ‘우주소년 아톰’이다.
이 만화영화가 일본 TV에 방영될 당시 시청률이 40%가 넘는 등 일본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만화영화를 시청한 일본 어린이들의 꿈과 미래는 어떻게 하면 아톰과 같이 세상을 날아볼까 하는 것이었다.
이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그들이 오늘날 일본의 로봇산업을 발전시킨 세대였다. 이렇게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 어린이들로 하여금 과학세계의 꿈을 자극시켰고, 결국 그들이 자라서 로봇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1982, 합판공장에도 로봇이 이용될뻔 했다
우리나라 합판업계에도 일본의 로봇이 들어올 기회가 한차례 있었다.
1982년 필자가 대성목재 원목과장이었을 때 일본의 N상사 한국주재원이 필자를 찾아왔다. 합판공정에 적용되는 로봇이 개발되었으니 한 번 설치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갑을판 성형공정에 설치하면 생산도 빨라지고 상당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갑을판 성형공정이란 드라이어에서 흘러나온 1.0㎜의 얇은 베니아를 표판용과 뒷판용으로 선별해서 겹쳐놓는 작업과정이다. 한 작업상에 2명의 여공이 마주서서 작업을 하게 되어 있다. 합판공장마다 이런 성형을 하는 작업상이 20여개는 된다. 생산을 많이 하는 공장일수록 이 작업상은 많아야 한다. 20여개의 작업상을 운영하려면 한 교대조가 40~50여명의 인원을 필요로 하게 되어있고 주야 2교대면 100여명의 인원이 필요한 공정이다.
당시 그 작업에 임하는 여공들의 인건비 총액과 로봇기계값을 비교 검토해 보았더니 기계값이 워낙 비쌌고 여공들의 임금의 총액이 워낙 낮아서 긍정적인 답을 얻어내지 못하였다. 당시 한 여공의 임금은 월 20만원 남짓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최저 임금제 30만원이 시행된 것이 1986년도였으니 말이다. 당시 대성목재 합판제조의 이익이 펑펑 날 때였으면 수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1982년은 효성물산이 대성목재를 인수해서 3년차 되는 해였는데 79년 오일쇼크 이후로 원목가격의 앙등여파로 그다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그 무렵에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블록보드(block board)를 만들어라
블록보드(block board)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블록보드란 3㎝각의 제재목을 중판으로 사용하여 앞뒤로 베니아를 붙여서 만든 아주 두꺼운 보드제품이다. 당시 홍콩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블록보드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홍콩에서 블록보드는 점포의 칸막이라든가. 커다란 간판을 만든다든가. 심지어는 탁구대, 볼링대를 만드는 데도 이용되고 있었다.
윤 부장과 필자는 어떻게 3㎝각 제재목을 떨어지지 않게 접착시켜 4×8사이즈의 중판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3㎝각재에 일일이 접착제를 바르고 여러 개를 겹쳐쌓아 철제 조인트로 단단히 묶어서 오랫동안 놔두는 방법을 강구해 보았으나, 일이 잘 되지 않았다.
1988년, 필자가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한 합판공장을 들릴 기회가 있었다. 그 합판공장에는 블록보드 생산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이걸 만들려고 노력하다 안 된 일도 있고 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3㎝각 제재목이 한쪽에서 라인을 타고 연속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들어온 각재에 접착제가 자동으로 묻혀져 4×8사이즈가 다 되면 자동으로 앞으로 밀려나가 스프레더로 운반되고 있었다. 스프레더에서도 자동으로 갑을판이 붙여지고 있었고 자동으로 열압공정으로 운반되었다. 열압이 다 된 블록보드는 벨트를 타고 더블쏘오(double saw)로 옮겨져 규격화된 완전제품이 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모두 일본에서 만든 기계들이었다.
어떻게 일본사람들은 이런 자동화기계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되지 않던 블록보드제조는 벌써 일본인들의 머리에서는 자동기계까지 만들어 냈던 것이다. 돈이 없어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상상의 나래 조차 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