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있다. 발품을 판다고 하면 우선 쉽게 떠오른 것이 외판원쯤인 것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아직 선망 받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기자라는 직업 또한 발품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이 발품 팔기가 만만치 않아졌다. 장기화 되는 경기침체 국면으로 밥먹듯 드나들어야 하는 업체들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발걸음을 무겁게 하기 때문이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부도소식 하며, 올해는 이대로 끝난 것 같다는 푸념 섞인 목재인들의 하소연만 되풀이해서 듣기란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간혹 힘을 주는 취재원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목재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그 무엇보다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목재인을 만났다.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이 중견업체의 사장은 입지전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목재업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작게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20년이 흘렀고 지금은 누구나 알아주는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그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지각은커녕 두 차례의 해외출장 외에는 회사에서 자리를 비운 적도 없다고 한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 와도 밖으로 나가 식사하는 법이 없다. 또 샘플 보러 가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한 차’를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들 한다는’ 골프모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목재업계의 전망은 간단하다.

“경기가 어떻게 변하든 내가 2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켰듯,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키는 내 모습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는 올해에 드디어 10여 억원을 들여 사옥을 신축하고 컨테이너 사무실 시대를 마감한다고 한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4층 건물에서는 어떻게 울려퍼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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