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숲인 산림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를 규정할 때 누구나가 농경문화임을 주저 없이 이야기 한다. 농경문화를 특징짓는 농촌의 토지 이용은 농지와 숲으로 구분하는데, 바로 숲은 거주지역인 마을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자재를 공급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생산과 소비의 일상적인 순환시스템으로 구성된 자연 순환형 생태계의 중심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온대지역 낙엽활엽수림을 중심으로 하는 숲을 갖고 있다. 상수리나무, 물푸레나무, 층층나무, 오리나무 등 듣기만 해도 친근감 넘치는 이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나무림, 잣나무림, 낙엽송림 등과 같은 어엿한 이름을 갖지 못하고 활잡, 잡목 등으로 불리고 있다.

혹시 쓸모없는 나무 즉, 잡목으로 구성된 숲, 아무리 키워도 쓸모 있는 나무를 생산할 수 없는 숲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이는 분명 잡(雜)자에서 쓸모가 없다는 것을 유추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보면 제사 등에 쓰이는 제기(祭器)를 잡기(雜器), 뭐든지 잘하는 많은 재주를 잡기(雜技), 다양한 내용의 글이 실린 잡지(雜紙), 여러방면의 잡다한 지식이나 학문을 잡학(雜學),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기록한 잡기(雜記) 등 비록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의미하는 잡자의 해학과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 잡목의 잡(雜)자는 쓸모가 없거나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기능이나 효용가치를 갖고 있는 나무나 숲에 친근감을 넣어 부른 것은 아닌지.

이들 숲은 지역마다 사람과의 오랜 만남을 통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으며, 지역을 생활터전으로 하고 있는 동물과 식물사회의 서식공간으로 우리 생활환경에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서 자연환경의 기반이며, 4계절마다 그들만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경시대에 걸맞는 지속적인 재생력을 바탕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우리에게 지혜와 땀을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풍요로운 곳이다.

버섯 재배나 숯을 굽기 위하여는 참나무가 으뜸이며, 농기구 자루는 물푸레나무요, 제기나 목기는 물갬나무, 거문고나 가야금 등 악기는 오동나무, 목가구는 느티나무, 대추나무 등 잡목으로 불리우고 있으나 각자는 반듯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이 어우러진 숲이야 말로 진정 매력이 넘치고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숲이요 나무라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숲은 지속가능한 산림자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미래의 주역인 후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숲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자연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으면서도 쓸모없는 숲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활잡림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나는 이 숲에서 한그루 이름 없는 잡목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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