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윤형운 기자]

◇ 파셉 김현승 대표

건조는 장수명 목재 이용의 핵심 공정이다. 탄소중립시대에 목재제품의 수명을 늘려야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 건조처리의 유무와 건조품질은 목재제품의 수명을 좌우한다. 목재건조는 건조과정에서 할렬이나 뒤틀림 등 건조결함을 최소화해야 하는 작업이다. 건조 결함을 최소화하면서 건조 속도를 올리는 작업은 경험과 과학의 영역이다. 이 분야는 고도화된 센서 시스템에 의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수종과 초기함수율에 따른 최적의 건조 스케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쯤 돼야 건조기의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건조성능을 인정받은 기업이 바로 ‘파셉’이다.

파셉은 분산형 소형 플라즈마 발전소 사업에 뛰어 들었다가 재선충 피해목 처리 아이디어를 목재건조까지 확대 발전시켜 고주파 플라즈마 건조기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김현승 대표는 본인이 참여한 기술을 접목해 대경 한옥부재의 건조에 성공했다. 30cm 이상의 소나무도 5일이면 함수율 15%까지 떨어뜨리는 기술이다. 건조한 목재에서 할렬이나 뒤틀림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은 기본이다. MAMA라는 건조기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인터뷰했다.

파셉의 김현승 대표.

 

회사 설립 전에 하신 일은

저는 학사장교 출신으로 육군 포병 대위로 전역했습니다. 전역 당시 IMF사태가 벌어진 직후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여러 직업을 가져 봤습니다. 회사 설립 직전에는 5~20Mw급 지역 분산형 소형 플라즈마 발전소 영업을 했습니다. 2013년부터 국가 핵융합 연구소 부설 플라즈마 연구센터 박사님들과 인연이 닿아 연구소 기술인 플라즈마 토치를 적용한 발전소 설치 관련 사업을 진행했었습니다. 대학 전공이 물리학이다 보니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사업도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국내와 해외에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시간과 금전을 쏟아 부으며 뛰어다녔어요. 그러나 최소 200억원 이상 되는 플랜트 산업이고 신기술이다 보니 시장에서 쉽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동기는

영월 한옥호텔 조감도.

회사는 2015년 12월에 설립했어요. 설립 이전에는 플라즈마 발전소 플랜트 사업을 했습니다.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료 공급이 핵심사안이었어요. 사업 초기에는 지자체의 쓰레기를 연료로 쓰려고 했으나 저열량이고 성상도 일정치 않아 전처리 시설을 추가해야 하고 지역민원도 해결해야 하는 등 제한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연료를 임목, 폐목, 유목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로 재설정하고 우드칩 공급망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러던 중 상당수의 목재가 ‘소나무 재선충’ 피해목으로 분류되어 재활용 가치가 충분함에도 감염목으로서 반출제한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피해목 처리 비용으로 매년 1,000억 원 가량이 세금으로 충당됐으니 상당한 피해 규모였어요. 재선충 피해목을 살충처리만 할 수 있다면 수익성도 높이고 공익성에도 부합하니 좋은 사업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해 본 결과 마이크로파를 이용해서 살충하면 효과적 일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영월 한옥호텔 공사에 사용된 건조목.

플라즈마 토치는 마이크로파를 집약하는 원리이고 반대로 마이크로파를 대면적으로 방사하면 살충장치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당시 플라즈마 발전사업을 함께하던 한국 환경정책연구원 출신이신 박수훈 박사님께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개념설계를 의뢰했어요. 그리고 한국 기계연구원 자기부상 열차 국내 최초 개발팀 책임 연구원 출신이신 박찬일 연구소장님께 장치 제작 연구를 부탁드렸습니다. 저는 재선충 살충장치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서 법인을 설립했고, 회사명은 플라즈마를 응용한 친환경 프로그램(Plasma Appled Clean Environment Programs) 이라는 의미로 ‘PACEP'으로 지었습니다. 장치는 2년 연구개발 끝에 2017년,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완성했습니다. 피해목 처리기간인 겨울과 봄에는 살충장치로 사용하고 그 외 계절은 목재건조 장치로 사업모델을 정했습니다. 제품 성공 소식은 국내 최대 한옥호텔을 기획 중인 회장님께 전해졌고 실험적으로 먼저 사용해 볼 수 있겠냐는 의뢰를 받고 한옥호텔 건조 현장에 최초 상용화 장치 ’MAMA-2S'를 이용하여 한 달간의 실험을 통해 건조품질 요구조건을 만족하게 돼 2018년 5월에 업그레이드 된 MAMA-5S 를 납품하게 됐습니다. 최초 목적과는 벗어났지만 살충장치로서의 기능보다는 건조 장치로서의 가치가 더 각광을 받게 되어 현재는 건조장치로서 사업화를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파셉의 건조기 성능은

파셉의 MAMA 고주파플라즈마 건조기.
파셉건조기 외관.

기존 건조기술로는 직경이 150mm 이상이 되면 건조속도가 느리고 건조결함이 발생하는 등 생산성 자체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파셉의 건조 방식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목재 내부의 수분을 공명 공진케 하여 내부부터 발열하여 수분을 방출해 냄으로써 건조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됩니다.

기존방식에서 발생하던 ‘V자 할렬’(원주 바깥부터 넓게 갈라지는 현상)도 최소화 되어 양질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오직 목재 내부의 수분 가열에 필요한 에너지원만 필요하니 기존 장치에 비에 훨씬 경제적이죠. 우리 회사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목재 건조방법” 등 목재건조 기술 관련 특허 5개를 획득하였고 매년 특허 1건 등록을 목표로 기술연 구소에서는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2018년 5월 마이크로파 건조장치 MAMA(Microwave Applied Magic Machine)를 첫 생산했습니다. 현재까지 시리즈 4종을 생산 판매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술이라면 현장에서 사랑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MAMA는 현재 상용화 돼 여러 업체에서 한옥마을, 목조주택, 문화재 보수, 우드슬랩, 내장재, 화물차량 바닥재 용도로 건조의뢰를 받고 납품하고 있습니다. MAMA 건조기(20㎥)는 월 5만재의 대경목을 건조하는 생산능력을 가졌습니다.

99.17m² 기준 한옥 두 채 분량입니다. 한옥 호텔에 납품되는 건조목은 함수율 12~18% 입니다. 충분히 건조된 목재로 건축하게 되면 뒤틀림, 곰팡이, 병충해 방지에 유리합니다. 별도의 훈증 작업도 필요 없습니다.

 

파셉 건조기로 납품한 대표적 사례는

파셉 공장에 건조가 완료된 건조목.

강원도 영월 남면 북쌍리에 조성되는 ‘영월 한옥문화마을 조성사업’에 파셉이 건조한 목재가 들어갑니다. 이 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한옥호텔, 문화전시장, 세미 나실, 스파, 야외 연회장, 실내수영장, 운동시설 등 각종 부대시설이 포함된 복합 휴양 시설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시행사인 ‘더한 옥호텔앤리조트’는 1,268억원 규모의 민간 자본이 투입돼 29만5,074m²의 면적에 지하 2층~지상 2층, 건축연면적 1만6332m², 총137실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더한옥’은 2016년 9월 27일 강원도청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 2021 년 8월 6일 기공식을 열고 2024년 1단계, 2025년 2단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현재 사업부지인 북쌍리 문개실 일원에서 건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한옥부재를 파셉의 건조기로 모두 건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셉’과 ‘더한옥’은 건조용역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진행 중입니다.

 

해외 수출사례가 있다고 하던데

파셉의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2019년 5월 일본 히다카社에 수출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남미에서 수입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 기관, 업체 등에서 수십 채의 한옥 건축을 의뢰받고 협의 중입니다.

 

새로운 공장은 언제쯤

2020년 강원도 영월 팔괴리 제3농공단지에 1만184m²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고 공장을 건축 중에 있습니다. 올해 12월 쯤 완공 예정입니다.

 

파셉의 도전과제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목재건조 장치 개발입니다. 목재 문외한으로 시작했지만 목재 건조를 통하여 하나씩 실험 연구해가며 건조 문제를 정복해가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소나무, 참나무, 낙엽송, 편백나무, 느티나무, 대나무, 더글라스, 북미산 월넛, 트럼버시 등등 8년 동안 목재를 건조하며 매일 여러 장의 건조 스케줄 데이터를 축적해 오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과학화된 완벽한 건조 장치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결함 없는 완벽한 장치는 제어가 용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합니다. MAMA 장치가 전 세계에 어디에 있든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하여 데이터를 수집, 공유하여 실시간 반영되는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양질의 표준화된 건조 목재를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 신뢰를 높여 목재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파셉의 경영철학은

제 인생 철학이기도 한 ‘상생(相生)’입니다. 직장에서는 사장과 직원이 상생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거래처와는 한쪽으로 치우친 이해관계가 아닌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있는 지자체와는 사회적인 기업의 역할을 수행해서 지역사회에 보템이 되게 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탄소중립의 친환경 사업을 전개하여 자연과 상생하는 사업을 영위 하고자 합니다. 공존(共存)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있지만 상생은 보다 능동적인 활력 있는 공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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