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예술가란 모든 사람과 너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잊어버리고 있는 것을 들추어 보여 준다’란 격언이 있다.

이 격언에 비춰 본다면, 겸재 정선(1676~1759)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산에서 해가 뜨고 산으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사는 ‘산의 나라’ 한국사람 가운데, 처음으로 이 땅의 산을 그린 훌륭한 예술가 중 한사람일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70%이상이 산림이었으며, 현재도 여전히 국토 중 산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우리 산은 대부분 변성암과 화강암에 덮여 있으며, 백두에서 한라까지 전부 돌로 돼 있다.

그 돌 사이에서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검푸른 소나무나, 숲들을 우리조상들은 즐겨 그렸으며 ‘인왕제색도’는 그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다.

몇 년 전 용인에 있는 모교육센터에서 친절교육을 받은 후 같이 간 직원들과 호암 미술관 을 괌람했다. 한 참 관람하던 중 눈에 익은 그림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국보 제216호로 지정된 정선의 인왕제색도였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어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고 있으니, 같이 동행한 직원들이 옛날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 같다며 놀라워 했다.

나는 그저 지난 70년대 우표로 발행된 것 중에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다며, 우표작품에 여러 번 등장해 잘 알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표로만 보아왔던 그림을 실물로 보니 가슴이 벅차 나가자는 일행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더 들여다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인왕제색도는 먹과 붓을 이용해 비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 바위를 원경 가득히 배치하고 자욱한 안개와 울창한 소나무 숲을 그려 넣어, 그림을 그린 사람의 손재주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걸작이다.

이 그림은 정선이 직접 인왕산을 보고 그렸다고 전해지며, 비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해 그 느낌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 아래에는 나무와 숲, 그리고 자욱한 안개를 표현하고 위쪽으로 인왕산의 바위를 가득 배치했다. 산 아래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리고, 산 위쪽은 멀리서 위로 쳐다보는 시선으로 그려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주고 있다.

조선 영조 27년(1751)에 그려진 이 그림은 당시까지의 산수화가 중국의 것을 모방해 그린 것과 달리 직접 경치를 보고 그린 실경산수화일 뿐만 아니라, 그 화법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산수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