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04년과 2014년 낙엽송과 소나무와 잣나무 원목을 대상으로 국내 합판공장에서 몇 차례 시험생산을 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 생산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은 다른 곳에도 있다. 낙엽송은 2000년 이전에는 못 쓰는 나무였다. 못이 안 들어가고, 휘어지고, 가시가 많아 귀찮고 성가신 나무였다. 그러나 지금은 침엽수 자원 중 가장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고 건조로 변형을 해결하고 가공기계 발달로 가시문제도 해결됐다.

이 몹쓸 낙엽송에 대한 소문 때문에 한때 조림을 하지 않았다. 낙엽송 합판도 이런저런 이유로 과거의 낙엽송 제재목 취급을 받고 있는 듯하다. 로타리레스와 건조장치가 발전하고 접착 제와 압체 관련 기술들이 발전해 상전벽해가 됐음에도 20년 전의 기계와 사고로 판단하고 있다. 극복하지 못한 경험은 오히려 높은 장벽을 만들고 그 경험 안에 자신을 가두고 놓아주지 않는다. 현실이 되기 전까지.

일본은 초창기 자국의 침엽수 자원으로 합판을 만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일본 임야청은 훗날 목재생산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합판은 반드시 국산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단판 절삭기계와 건조장치를 혁신하고 접착제를 개발하는 등 단판의 품질과 생산수율을 높이는 데 다양한 지원을 했다. 업계는 침엽수의 수지 성분을 제어하고 합판의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을 했다. 그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렇게 하면서 국내 합판 수요량의 63%를 제조하고 이중 92%를 국산 원목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어려움을 극복해 낸 것이다. 그 결과 일본 주택에 필요한 제재목과 합판 품목은 국산화를 이뤘다.

목재를 다루는 사람들조차도 우리의 침엽수 재로 합판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합판을 제조하는 국내회사들도 그러하다. 일본의 최신 메이난의 E날 로타리레스는 직경 14cm의 원목을 깎는 것을 보장한다. 통상 24cm 전후의 침엽수 원목이 합판으로 만들어지고 다양한 침엽수 수종들이 합판으로 제조된다. 강한 낙엽송 합판은 구조용으로 제격이다. 삼나무 합판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 아이러니하게 합판산업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의 합판산업은 언제 문을 닫을지 기다리는 신세다. 국내 합판 제조사의 설비로는 제품의 수율도 낮고 제조 인원도 많이 필요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상태로는 더 버틸 수가 없다.

이제는 새로운 접근과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도 국산합판 제조에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일본의 기술을 배우고 설비를 도입해서라도 잠자고 있었던 시간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산합판이 양산되면 산주의 입장에서는 더 비싸게 원목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국가적으로는 기후변화대응에 중요한 단계적 이용체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주택의 수명과 함께하는 장수명 제품이 될 수 있다. 임업이 살고 목재 산업이 살려면 우리의 목재로 많은 집을 지어야 한다. 수만 채씩 지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이 돼야 하고 산림의 비전이 돼야 한다.

산림의 순환경영이 중요한 시점에 장수명 목재의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우선돼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제재목과 합판의 생산비율을 높여야 한다. 국내 산림자원을 두고 보드업계와 펄프업계 그리고 발전소까지 자원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한 부분은 제재목과 합판을 만드는 자원이 더 중요하고 우선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목재자원 이용의 1순위다. 국가는 단기적 공급보다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산주의 소득을 높이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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