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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목재건조 부문의 선구자인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 정희석 교수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40여년 임기의 정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난건조목 건조스케줄 개발’ 등 목재건조에 대한 끊임없는 기술력 증진, 국제임업연구기관연합회(IUFRO)의 학회지 Drying Technology 등 학술논문게재를 통한 글로벌 학회활동, 기술 보급과 교재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저술활동 등 분주한 교직활동 속에서도 연구자로의 본분을 위해 외길을 걸어 온 정희석 교수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한 뒤 66년 대학원에 진학할 무렵, 검붉은 민둥산 일색이던 산림에서 임목축적량은 따져볼 것도 없이 빈약하기만 했습니다. 때문에 다들 산림자원조성을 전공으로 택하던 분위기 속에 같은 해 임산공학전공이 대학원 최초로 신설되면서 몇몇 동기생들과 새로운 학문에 도전키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의 목재산업 중 합판제조산업이 수출효자로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임산공학의 국내 기술력 발달과 임산자원의 국산화를 꿈꾸며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게 된 것. 말그대로 새로운 과정인만큼 배움의 선배가 적고 마땅한 교재도 없는 학문적 태동기였다.

임업시험장의 업무도 임산제품 국산화 노력의 연장선이 됐다. 산학이 연계돼 수입도료에 대한 국산도료의 비교시험을 수행하거나 합판 제조시 단판의 결함 보수를 위해 사용됐던 테이프 재료의 국산화 노력에도 기여했다. 70년대 초 목재공업기술협회지(현 목재공학회지)에 ‘임산업의 생산 및 기술동향에 대한 국산화 적용화율’을 조사·발표하기도 했다.

합판시장이 최고조에 이른 60~70년대, 제조업체들은 열대목재 및 침엽수재 등 가격이 저렴하고 접착력 등 생산성이 우수한 새로운 합판용 원목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도가 높거나 춘추재의 기복이 심한 수종의 절삭 및 건조에 대한 기술이 부족했다.

특히 70년대 이후 소량가공목제품의 수출시장이 확대되면서 목재건조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그는 국내 유명합판제조회사들의 기술자문 역할을 해주며, ‘절삭과 건조가 목재가공의 기본’임을 강조하는 강습회도 강행했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오늘날 국산침엽수합판의 생산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건조기술의 발전과 보급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의 획득은 해외학술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미국 오래건 주립대학에서 ‘더글라스퍼의 건조스케줄 개량’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었고 뉴욕주립대에서는 ‘건조 방법에 따른 수분(함수율)차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키도 했다.

이밖에도 캐나다, 모스크바, 루마니아, 스페인 등 국경을 넘나들며 목재건조국제학술회의(IUFRO)에 참여하는 등 목재건조학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선진외국과는 달리 전기·전자·화공 등 이웃학문과의 교류가 불분명한 우리나라 연구현실에 대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로 큰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정 교수는 2학기 과정이 시작될 즈음까지 ‘최신목재건조학’에 대한 집필에 매진할 생각이다. 이 책으로 목재건조학의 의미와 건조기술의 정보를 집대성하고 목재산업의 역군이 될 학생들의 교재로 이용할 계획이다.

분주했던 연구생활 속에 어느새 정년이 찾아왔지만, 그는 ‘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고민은 여력이 닿을 때까지 계속하리라’며 정년을 앞둔 굳은 다짐을 밝혔다.

장민우 기자 minu@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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