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초여름 숲 속에서 짧은 분홍 실을 부챗살처럼 펼쳐 놓은 자그마한 꽃들이 주위를 압도하는 꽃나무를 볼 수 있다.

길쭉길쭉한 쌀알처럼 생긴 잎들이 서로 마주 보면서 깃털모양으로 촘촘히 달려있는 모양도 특별하며 부채살처럼 펴졌다가 밤이 되면 짝을 맞춰 잠이 든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50~80개나 되는 작은 잎이 짝수로 이뤄져 있어서 서로 상대를 찾지 못한 홀아비 잎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낮에는 엽점에 수분이 많기 때문에 팽압이 높아져 잎이 펴지고, 밤에는 반대로 팽압이 낮아지면서 잎이 접히기 때문이다.

자귀나무가 이렇게 밤에 잎을 접는 것을 마치 잠을 자는 것 같다고 해서 수면운동이라고 한다. 콩과 식물 중에는 무초를 포함해 콩, 미모사, 토끼풀, 괭이밥같이 야간에 수면운동을 하는 것이 많다.

자귀나무가 수면운동을 하기위해 잎이 모여지는것을 부부가 함께하는모습을 닮았다해서 합환목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합환수 혹은 야합수라 부르며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뜻으로 정원에 흔히 심으며 이 나무 잎은 대낮에는 두꺼운 구름이 끼여 아무리 컴컴해도 잎이 서로 붙지 않는다. 잎의 수면운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절제된 부부생활을 하라는 깊은 뜻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도 모른다.

자귀나무 잎을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는데 늘 먹으면 부부 사이의 금실이 좋아져서 이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어 이 나무를 애정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모사(신경초)를 건드리면 금새 벌어져 있는 잎이 닫혀버리는 모양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광합성을 할 때 이외에는 잎을 닫아 버려 날아가는 수분을 줄여보자는 전략이다. 자귀나무는 경망스럽게 건드리는 정도로 일일이 반응은 아니하고 긴 밤이 돼야 서로 마주 붙어 정답게 깊은 잠이 들어 버린다.

옛날 중국의 두양이라는 선비의 부인은 말린 자귀나무 꽃을 베개 속에 넣어 뒀다가, 남편의 기분이 언짢아하는 기색이 보이면 조금씩 꺼내어 술에 넣어서 한잔씩 권했다. 이 술을 마신 남편은 금세 기분이 풀어졌으므로 부부간의 사랑을 두텁게 하는 신비스런 비약으로서 앞 다퉈 본받았다 한다.

가을의 콩깍지 모양의 열매는 겨울내내 달려 있어 식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관상수로 정원이나 공원에 적당하며 사방용수로 절개지나 도로주변에 식재하면 좋으며 목재로서의 큰 가치는 없다.

글 ; 권태원 청태산자연휴양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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