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산업은 1997년 IMF 시기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욱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수요부진이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긴 가뭄이나 마찬가지인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다. 여기에 고환율, 고금리는 수입원자재에 의존하는 목재산업엔 설상가상의 위기로 다가왔다. 건설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목재산업은 건설산업이 살아나야 그나마 숨을 쉴 수가 있는 구조다. 건설산업에서 목재사용비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지만 이를 벗어날 만한 대안이 부족하다. 목조건축시장을 활성화하거나 목재치장을 일정비율 의무화하지 않는 한 시장의 관성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의 시작과 끝은 목재산업의 생태계 환경에 있다. 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나라가 목재이용을 권장하고 의무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정책은 갈 길이 멀다. 국산재의 이용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 정책다운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고 수 십 년이 지나도 목재산업을 다루는 인원과 예산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산재 이용 정책이 답보상태인데 수입재의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목재산업이 대체소재들과 경쟁해서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함에도 그동안 먼저 살피지 못해 여기저기 박혀있는 건축, 화재, 환경 관련 규제들이 목재이용을 가로막고 있는데도 규제개혁은 임업분야의 속도에 비해 느리기만 하다.

내적으로 목재산업 기업들의 단결, 화합이 다른 산업보다 약해 목재소비에 저해가 되는 환경을 바꿀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목재 상장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자리를 본 적이 없고 반목과 부정만이 가득한 채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목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의 자리가 없다. 목재소비를 늘리는 데 크고 작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상생을 거부하는 데는 그들만이 또는 자신만이 잘되고 보자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전투에서는 이길 수는 있어도 지금처럼 에너지산업이 목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율을 늘려가서는 목재 대기업이라도 생존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진다. 수입유통이 제조 기반을 망가뜨리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온다. 목재산업에서 제조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수입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인력충원이 안되고 노령화된 인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시간이 이미 정해졌다.

목재제품이 받아야 하는 인증 종류도 중복될 뿐더러 그 횟수와 비용은 감당하기 어렵게 돼있다. 수많은 난관들이 그동안 풀지 못해 꼬여 있는 실타래처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목재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기업 간의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신뢰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상생의 협력을 해서 대체소재와 경쟁우의를 점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신뢰란 남의 밥그릇을 함부로 빼앗지 않고, 남의 디자인을 함부로 카피하지 않으며, 물량으로 시장을 교란하지 않고, 원가이하의 덤핑판매를 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제조산업이 살길을 막지 않으려면 국내제조 제품의 유통을 우선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목재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해당 협·단체의 활동이 달라져야 한다. 목재산업에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납품을 눈감아주거나 직접생산을 하지 않는 기업을 감싸주거나 협·단체의 정관을 무시하는 기업에 대해 확실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시장의 상인들이 하나 둘씩 저울을 속일 때 바로잡지 못하면 그 시장은 신뢰를 잃고 고객도 잃게 된다.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그런 시대가 됐다. 목재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은 협·단체의 활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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