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나 음료의 가격이 변함이 없는데 중량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당연하게도 심하게 반발한다. 가격대비 중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배신감이 들기 때문이다. 중량을 그대로 두고 가격을 올리면 인상됐다는 느낌을 주겠지만 중량만 줄이게 되면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후자를 택하는 꼼수를 사용한다.

반면 목재시장은 가격 지향적 시장이 돼 버린 지 오래라 과자에 비유하자면 맛도 중량도 어느 것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에 좋은 품질로 승부해야 하지만 소비자를 깨울 수 있는 힘이 부족하고 탐욕이 앞서 가격을 쫓아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 낮은 가격, 더 낮은 시공비, 더 낮은 물류비 등 쥐어짜고 짜야 판매 경쟁력이 생긴다. 마진이 높은 품목이 생기면 우후죽순으로 달려들어 성숙 기간도 거치기 전에 레드오션을 만들어 버린다. 기술의 깊이가 깊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가격 경쟁으로 품질이 저하된다. 바로 강마루 업계가 그러하다. 시장이 가격 말고는 뭐 하나 내세 울 것이 없다. 품질 차별화는 다른 나라의 말이 됐다. 품질을 우선하고 그 품질을 기준으로 가격의 차별화 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더 이상 힘쓰지 않는다. 급기야는 표시위반도 서슴지 않고 그게 위반인지도 모르는 회사도 있다.

가격 지향시장은 반드시 품질하락을 동반한다. 품질이 떨어지면 제품의 기대수명도 성능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된다. 결국 목재제품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다른 소재로 옮겨가는 비율도 높아진다. 결국 소비자의 외면으로 시장의 확대는 꿈도 꾸지 못하고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다 접게 되는 일들이 다반사다. 매출 절벽인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시장은 욕심이 난무해서 같은 품목을 더 싸게 더 많이 구매해서 시장점유율을 늘리려고 혈안이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저품질 또는 정치수가 아닌 제품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여도 그렇지 않다. 야금야금 품질은 낮아지고 낮아진 품질은 올라올 줄 모른다. 비싸 보이고 품질 좋은 품목들은 제조도 수입도 두려운 상황이다. 한국에 수출하는 회사들은 한국 시장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원하는 품질 대비 수입 가격이 너무 낮아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을 제값 주고 사와 제값에 파는 시장이 되거나 더 좋은 물건을 팔려고 하는 경쟁 문화가 실종돼 버렸다. 실례로 SE0 합판 시장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아마 3%도 안 될 것이다. 일본의 33개 합판회사가 자국의 목재로 거의 대부분을 SE0로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3%도 안 된다. 수입도 제조도 마찬가지다.

가격 지향시장이 지속되면 회사의 마진은 점점 낮아져서 위험 상황에 대처를 할 수 없게 되고 재투자는 점점 어려워진다. 임금 상승은 어렵게 되고 젊은 사람들은 이 업종으로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 종사자의 노령화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됐다. 다른 품목은 몰라도 목재제품은 품질위주의 시장이 돼야 희망이 있다. 재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성장해야 젊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이 산업으로 유입된다. 지금의 목재산업은 천 길 낭떠러지 폭포를 향해 가는 배와 같다. 모두가 합심해 방향을 바꾸어 거슬러 올라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목재산업이 쇠락산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종사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품질 시장을 만들려면 엉터리 물건부터 정리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기후위기에 대응이 되는 장수명과 성능을 발휘하는 품목으로의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건강한 미래 산업으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코로나를 거치고 수요절벽 기간을 거치면서 품질지향 목재제품으로 전환할 기회가 왔다. 이때 변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가 너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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