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제본해 놓은 지 제법 오래된 사진첩을 살피다 대학시설 연습림(演習林) 실습 사진 몇 장을 찾아냈다. 십여 년 전의 추억꺼리로 치부하기에 그 시간의 기억들이 아직 생생하다.
산림을 전공하는 우리들에게 학기 중 일주일이라는 분량의 연습림 실습은 강의와 시험 등으로 지친 몸을 쉬거나 자연과 함께 한다는 막연한 동경에 쉽게 사로잡히게 했다.


첫 날 이야기다. 일정에 따라 960m 높이의 산을 두어 개 넘을 일이 있었는데, 생애 처음 산을 오르는 동기생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사람마다 고생길은 다같이 했던 것 같다.


6시간 동안 강행되는 등정 내내 ‘나무와 풀이름 맞추기’ 테스트를 위한 전초전이 진행됐다. 교수님은 어찌 그리도 눈이 밝으신지 저 멀리 산기슭에, 개울가에 자리 잡은 층층나무며, 오동나무, 피나무, 물푸레나무, 병꽃나무 등 이름만 들었지 보기는 처음인 우리에게 구분도 잘해주셨다. 게다가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를 밥주걱으로 얼굴을 때려 남은 만큼의 모양이라는 ‘며느리밥풀 꽃’을 설명할 때는 박장대소를, 꺾어내면 노란 진액의 냄새가 지독한 ‘노린재 꽃’ 등을 설명할 때는 “아하, 그렇구나!”하며 탄성이 앞섰다.


수십 수백 가지가 넘을 그 산의 식물을 다 욀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닥치는 대로 표본용 가지를 채집해 그날 저녁 늦게까지 표본을 만들어가며 낮에 외운 것들을 복습했다. 그 시간을 계기로 스무 해를 넘기며 내가 지나쳐 버린 것들을 하나 둘씩 떠올렸다.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 무심코 잊혀져 간 것들에 대한 죄스러움이 하나둘 생겨났다.


나는 오늘 더 ‘내 주의의 작은 것들에도 관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하고 또 하고 그것을 지켜내려 애쓰고 있다.


장 민 우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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