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건설회사의 팀장은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켜야하는 오늘 날의 상품 디자인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요소와의 타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집이라는 한 건물의 내부를 용도별로 구분 짓는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공간마다의 고유성과 독립성이 강조되지만 서로 원활이 소통되는 개방성도 동등하게 중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각 공간을 채우는 각종 아이템은 과거보다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맺고 서로간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룸과 욕실의 경계 완화

Image_View욕실이 점차 방(room)다워지고 있다는 근래의 욕실 트렌드는 욕실전문업체 아메리칸스탠다드가 주최한 ‘상하이 배스룸 콜렉션 쇼’에서 유명 산업디자이너 마크 새들러가 발표한 ‘2006 세계 욕실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더욱 공고히 다져졌다.

욕실도 방만큼 넓어야하고 욕실 용품들은 욕실을 넘어 집안 전체와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

몸단장이라는 주제를 놓고 봤을 때 욕실과 드레스룸(파우더룸)은 공통적인 속성을 갖는다.  근래의 모델하우스는 룸에 별도의 드레스룸 및 파우더룸, 욕실을 나란히 배치해 고유성과 독립성, 상호 개방성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효율적인 이 동선배치는 두 공간이 바로 인접해 소통할 수 있는 형태를 계속 유지시킨다. 두드러지는 현상은 드레스룸과 욕실 사이의 가구에 세면대가 설치됨으로써 룸과 욕실의 경계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욕실은 가구, 더 나아가 룸의 개념이 전보다 빠르게 도입돼 인테리어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소재, 형태, 기능성 등 기존의 욕실 개념을 뛰어넘는 각 업체의 신제품들은 진보하고 있는 국내의 욕실문화를 표면적으로 드러낸다. 이중 카운터 위에 세면대를 올려놓은 탑볼(top bowl) 세면대 타입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았던 모델로 최근의 욕실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는 대표 아이템이다. 

탑볼 세면대는 크게 세면기(wash basin)와 이를 지지하고 있는 카운터(counter)로 구성된다. 세면볼은 주로 도기와 강화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소재로 제작되며, 타원형의 부드러움을 전달하는 오바라인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끓고 있다. 카운터는 대리석, 목재, 아크릴 등 세면볼에 비해 소재가 더욱 다양하며, 비주얼 효과뿐 아니라 수납의 기능성을 접목해 가구와 같은 느낌으로 디자인되고 있는 점이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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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텍이 최근 런칭한 욕실 브랜드 dilio의 탑볼 세면대는 소재에서 먼저 시선을 잡는다. 거의 욕실자재로써 목재를 사용하지 않는 국내시장에서 우드그레인 패턴의 욕실 소재는 신선함 그 자체다. 전략연구팀 정용일 팀장은 “PS수지와 목분을 이용한 것”이라며 소개한다. 우유병과 냉장고 선반재로 사용되는 PS수지는 무독성 소재로 프린트해 패턴을 얻었으며, 목분은 랩핑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운터의 강화유리 또한 블랙, 레드와인 등의 컬러에 펄을 넣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Image_View동원세라믹 인터바스의 제품은 ‘커피 잔 같은 세면기’라는 주제가 인상적이다. 하얀 바탕에 꽃, 나비 등을 은은하게 표현해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풀어내고 있다.

차갑고 물기 많은 공간이라는 욕실 이미지를 내추럴 룩(natural look)으로써 따스한 감성적 느낌으로 전환시켰다. 인터바스는 카운터 디자인으로 여러 타입을 제안하고 있는데, 유선형의 깨끗한 세면기를 고재와 조화시키기도 하고, 아크릴을 사용하되 내부에 조명을 설치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아메리칸스탠다드는 눈, 조약돌 등 자연물을 유연한 오바라인으로 디자인한 세면기를 내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웰빙, 웰니스의 열풍으로 인해 욕실 내에도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내추럴 룩을 응용한 디자인이 앞으로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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