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곽 대 웅    서울시문화재위원
요즈음 방영되고 있는 TV연속극 <열아홉 순정>에서 수목장을 치르는 모습이 방영되어 많은 사람들이 수목장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어느 존경받던 목사님의 수목장이 유언에 따라 이루어졌음이 보도되었고, 그 일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한국기독교연합회가 최근에 ‘장묘문화 국제심포지엄’을 연데 이어 ‘기독교 수목장 운동본부’를 결성하였으며 수목장 대상 지역 터를 마련하고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수목장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생기는 전국의 기독교 교회묘지는 수목장을 위한 아름다운 숲으로 가꾸어질 전망이다.
수목장은 사망자의 유해를 화장한 후에 유해가루를 특정 나무의 주변에 뿌리거나 나무뿌리 근처에 묻어서 거름이 되도록하는 장묘법이어서 살아있는 나무가 무덤인 셈이다.
독일에서는 가문의 숲을 마련하여 가족이 죽으면 그 숲에 유해가루를 뿌리는 조상림(祖上林)묘지 습속이 있다는데 이를 개별화한 것이 수목장이며 유럽에서는 급격하게 번져 나가고 있다한다. 한국에서는 매장 장묘법의 전통이 뿌리 깊기도 하지만 화장은 불교식 장묘법이라는 선입견도 없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활신앙의 영향으로 기독교 신자들은 매장을 고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매장이나 화장이나 부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교리의 해석에 따라 화장과 수목장은 기독교계에서 바람직한 자연친화적 장묘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의 묘지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기독교계가 장묘제도의 모범을 보이자는 ‘기독교 수목장 운동본부’의 캠페인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보도된 바로 스웨덴에서는 유해를 화장하지 않고 냉동으로 가루를 내어 땅에 뿌리고 나무를 심는 자연친화적 수목장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이를 위해 심는 나무가 아니라 태어난 아기를 위해 심는 탄생식목(誕生植木)의 전통이 있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단절되어 없어진 ‘내나무’민속이 바로 그것이다.
아기의 돌만 지나면 부모는 아기의 ‘내나무’를 심는데 아들이면 선산에 소나무나 잣나무 몇 그루를, 딸이면 밭두렁에 오동나무 몇 그루를 심어 그 아기의 ‘내나무’라고 했다. 딸의 내나무 곁에는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를 심게 하고 표주박 덩굴을 올려 정성껏 가꾸게 했는데 거기서 얻은 표주박은 혼례 때 쓸 합근박을 만든다. 딸이 시집갈 나이가 되면 딸의 내나무를 베어서 오동나무 농짝이나 반닫이를 짜서 시집갈 때 가져가게 하여 더불어 일생을 살게 한다. 아들의 내나무는 정한수를 떠 놓고 아들의 건강장수를 비는 어머니의 기도처가 되며 그 나무에 관띠(官帶)를 둘러 채워 놓고 과거급제를 비는 치성처였기도 하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다시 할아버지가 되어 죽게 되면 아들의 내나무는 관(棺)을 짜는 재목이 되어 나무와 내가 일생을 함께 마치게 된다. ‘내나무’는 나와 평생을 함께 하는 분신(分身)같은 귀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되었으나 의미깊고 인간적이며 자연친화적인 ‘내나무’민속을 오늘에 되살려 수목장과 결합하면 좋을 것이다.
관(官)에서는 나무 심을 터를 마련해주고 국민들은 그 터에 아기의 탄생식목을 한 후 그 나무를 돌보게 하며 정성껏 키운 그 나무를 수목장 대상으로 삼는다면 우리나라에는 생활친화적이고 새와 짐승들도 사람과 함께 사는 건강한 숲이 도처에 생겨나서 더욱 아름다운 강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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