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죠”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최기영 대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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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프지… 말해 무어해…” 말끝을 흐리는 그에게서 다시금 숭례문 참사가 떠오른다. 고건축 분야 중요무형문화재 제 74호 최기영 대목장(63). 태조 5년 한성부판사로서 숭례문을 축조한 ‘최유경’선생의 후손인 그에게서 선조들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또 하나 잃었다는 슬픔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문화재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어느 누구도 탓할 수는 없어요.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역사적 죄인이죠.”

그는 문화재에 대한 국민인식의 부재를 꼬집었다. 인재로 인한 재앙을 당한 문화재가 처음이 아님에도, 이러한 일들이 여전히 자행되는 것은 우리가 평소 문화재를 생각하고 관리하는 실태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행정적 관리의 문제와 함께 ‘국민 모두가 역사적 죄인’이라는 그의 말은 틀림이 없다.

“내 자신, 내 부모, 내 형제를 스스로 소중히 생각해야, 다른 사람들도 그들이 소중하다고 느끼듯이 선조들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국민 스스로 뼈저리게 느껴야죠.”

그는 국민들이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마치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여긴다고 말한다. “선조들이 혼과 성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죠.”

약 6세기가 흐른 현재까지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숭례문은 시각적인 멋과 느끼는 맛, 즉 음양의 이치를 지니고 있다. 비록 지금은 커다란 상처를 안고 쓰러졌으나 그동안 높은 빌딩 숲 속에서도, 매캐한 매연 속에서도 숭례문은 자신의 멋스러움을 잃지 않았었다. 이렇게 훌륭한 고건축은 선조들이 얼이 담겨있기에 오랜 시간의 흐름에 굴복하지 않는 멋을 보여줬다고 한다.

옛것의 훌륭함은 비단 문화재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고건축 기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다수. 그의 무형문화재 전수 교육관에는 현재 30~40명의 후계자들이 고건축을 배우고 있다.

“옛날에는 돈 없는 사람이 배웠지만, 요즘은 안 그래요. 오히려 지식인들이 배우지…. 사회가 풍요로울수록 사람들은 더욱 좋은 것을 취하며, 여유로운 사람은 그만큼의 고급스럽고 귀한 것들을 취하고 싶어 하는 법이오.”

지금, 옛날과 달리 지식인들, 또 여유로운 사람들이 고건축을 배우는 것도 이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한옥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건축물임을 자부한다.

“한옥은 건강에도 좋고,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좋아요. 이러한 집은 마음을 움직이죠. 나무가 미세하게 숨을 쉬고, 흙도 숨을 쉬고, 창호지, 돌, 기와도 모두 숨을 쉰단 말이죠. 한옥은 이로써 공기를 희석시키는 힘, 정화기능을 갖고 있죠. 얼마나 좋아요?”

최기영 대목장은 현재 백제문화역사 재현단지의 건축공사를 이끌고 있다.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은 곧 역사의 기틀, 조상의 얼이므로 문화재의 가치를 논하지 말고 근본적인 것을 봐야 한다는 그는 우리 전통건축물과 문화재의 훌륭함을 인식하고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이다.

엄현순 기자 hyun@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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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편수 김덕희, 김중희 선생께 사사
1969 ~1975 내장산 내장사 명부전 신축공사 등 불교사찰 건립
1975 ~ 불교건축 공사 책임자(도편수)로서 120여 동의 불교 건축설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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