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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오후 종로5가에 내렸습니다. 우산은 없지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코 앞에 광장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를 피하며 급히 들어선 시장엔 습한 공기 속에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가 알갱이 지어 있습니다. 거대한 장막 아래 빈대떡, 순대, 곱창볶음에 커피와 생선냄새 그리고 원단의 향이 묘하게 얽힌 이곳은 바로 서울의 심장 ‘광장시장’입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광장시장 안에서는 비를 맞지 않습니다. 예전에 이곳 시장 한 켠에 가게 하나만 내어도, 자식들 대학가고 시집, 장가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던 광장시장은 잘 나가던 ‘시장 중의 시장’입니다.

1905년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하여도 다루는 물품이란 신탄에 농수산물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주단, 포목, 직물, 의류, 침구, 커튼에 수예,나전칠기, 주방용품, 수입품, 청과, 건어물, 제수용품, 그리고 생선, 정육, 야채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여기에 청계천 복원으로 찾는 사람 이 많아진 먹거리 골목까지 더해져서 시장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가지 않고, 어느 한 모퉁이나 문 하나만 지나도 금방 다른 물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광장시장은 ‘거대한 미로’이자 ‘도시라는 에너지를 쏟아내는 용광로’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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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어딘가 불법으로 증축을 반복해온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왜 이런 모습이 되었는가를 따져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광장시장은 광장시장 주식회사 외에도 대한, 수도, 우신, 대동 같은 여러 다른 상가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땅이 있는1층에서야 어디를 다녀도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2층이 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상가가 다르면 건물이 다르니 원칙은 1층에 내려갔다 다시 다른 상가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자면 다니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결국 장사에도 큰 지장을 주게 됩니다.

서로 소유는다르지만 마주한 두 상가는 다리를 만들어 잇기로합니다. 반을 나눠 자기 쪽은 알아서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 것입니다. 드디어 두 상가에서 낸 다리가 소련의 우주기지와 미국의 우주선이 만나는 것처럼 랑데부하는 순간, 브리지는 그 위대한 의지도 무상하게 외벽도, 마감재도, 창문도, 바닥높이도 맞지 않는 이른바 ‘찐따’진 모습이 됩니다.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론 흥미로운 ‘광장시장 랑데부’는 이렇게 완성된 것입니다. 광장시장을 다니다 어딘지 모르게 복도가 경사져 있다면 혹시 랑데부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서양 도시의 상징인 아름다운 아케이드도 처음에는 비를 맞지 않고 장사를 하고자 하는 우리와 같은 ‘집합의 원초적인 의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글/사진_구가도시건축연구소조 정구대표

 

[2008년 7월 16일 제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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