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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극장, 도시속에 그 소명을 다하다 쓸쓸한 겨울날이었습니다. 서대문 사거리 화양극장에 들어섰습니다. 표를 넘겨주며 직원은 말했습니다. “저... 여기가 추워서 2층 환풍기 가까운 자리로 했어요. 거기 앉으시는 게 좋을거예요.” ‘얼마나 춥길래 그러지?’하며 로비에 올랐습니다. 길쭉한 공간, 저 끝에 있는 낮고 넓은 창으로 도시풍경이 들어왔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 여유롭게 극장 여기저기를 둘러봤습니다. 높은 천정의 로비에 양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니 자판기와 의자들이 있는 또 다른 라운지가 나옵니다. 아래 로비를 한 번 내려다 봤습니다. 주윤발이 이쑤 시게를 물고 있고, 제임스 딘이 허공을 바라보며, 오드리 헵번은 기둥 앞에 서서 포즈를 잡고 있습니다. 다시 계단을오르면 상영관 2층으로 통하는 출입구가 나오고, 한 켠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 써붙인 영사실이 보입니다. 문을 열고 상영관으로 들어서며, 머릿속엔 지나간 영화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비춰지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드림시네마인 ‘화양극장’은 서울에 유일하게 남은 단관극장입니다. 1964년에 지어져, 처음에는 10개의 대형 개봉관에서 했던 영화를 다시 보여주는 재개봉관에서 시작, 홍콩영화 전용상영관으로, 그리고 지금은 시사회 전용관 겸 이나 , 과 같은 고전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2007년 재개발 구역이 지정되면서, 곧 철거될 줄 알았던 극장은 마지막 상영작으로 을 내걸었지만, 이후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생기면서 그 외의 다른 영화들도 상영하고 있습니다. 종로 낙원상가 위에 있는 허리우드 극장과 같이 고전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두 극장 모두 30대 중반의 여성대표가 의지를 갖고 기획, 운영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700석 규모의 화양극장 상영관을 스크린 쪽에서 바라보고 찍은 것입니다. ‘유일하게 남은 단관’이라는 아쉬운 의미를 이 ‘대형공간’(33m×14m×높이8.5m)에서 느끼는 것은 저뿐이 아닐 것입니다.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보았던 , 옛 대한극장의 캄캄하고 커다란 공간 아래, 웅성웅성하던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고, 에 이어 스크린을 크게 비추며 시작된 오프닝과 공간을 울리던 노랫소리... 어쩌면 저는 영화와 함께 그 공간의 볼륨감을 같이 추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앞좌석의 빨간 의자들은 새롭게 설치한 것이지만, 사진 뒤쪽 상영관 2층에 놓인 색 바랜 관람석은 화양극장 처음부터 놓였던 것이라 하니, 추억을 더 만끽하실 분은 2층에 앉으시기를 권합니다. 서울의 많은 극장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남은극장들도 가구점, 사무실, 고시원, 식당이나 호프집 등으로 그 내부가 나뉘어, 변화 무쌍한 우리도시 속에 건축물로 남은 수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추억을 더이상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운명의 시간을 보내는 듯합니다. 하지만 화양극장은 결말이 뻔한 시간 속에 불을 밝히고있습니다. 오늘 입장한 관객의 수가 얼마가 되건 묵묵히 사거리를 마주하며 극장의 소명을 다하는 것입니다. 글/사진_구가도시건축연구소조정구대표 2009년 2월 16일 제 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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