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업계에 들어온 지 41년, 지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가난을 면하기 위해 뛰어든 합판회사에서 숙직을 도맡아 하던 시절도 있었고, 떠돌이 보따리 장수를 거쳐, 열 평짜리나마 가게도 내어 웃음 짓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한푼 두 푼 모은 재산을 모두 사기 당해 허망한 시절도 있었지만, 그런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보낸 지난 날들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맨 처음으로 다시 돌아갔었다. 그래도 그간 쌓은 신용이 밑거름이 되어 준 것에, 지난 세월이 야속하지만은 않았다.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회사다.
 사업에 재기하면서 ‘매번 옮겨 다니며 사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조금씩 마련한 땅이 운이 좋게도 발판이 돼 주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공장을 세우며 번창하던 때도 있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개인적인 꿈을 이루고자, 10년이란 세월을 오로지 ‘쇠꼴마을’이라는 생태마을 건설에 매진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꿈을 꾸며 살았고, 이제와 본업인 합판산업을 돌아보니 이미 사향산업으로 변해 동료들은 모두 떠나고, 시대의 흐름에 같이 떠밀려 가는 듯 했다.
맨 주먹으로 숱한 역경을 견뎌 온 날들을 회상하니, 그 때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도 주저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나이가 든 노인이라고 치부해 버린 것일까?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업에 재기했던 지난날이 그랬고, ‘쇠꼴마을’을 일구어 냈을 때도 그랬다. 컴퓨터도 모르던 고졸의 노인이던 내가 대학에서 상장이라도 받으며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워 놓으면 반드시 해내려 하는 열정. 그 열정이 만들어 낸 지난 흔적들을 바라보니 이제는 유유자적해 보려던 내 마음을 다시 움직인다.
 과거 겪었던 어려움들은 모두 기회가 됐고, 또한 삶의 거룩한 역사가 되지 않았던가? 고난과 역경은 언제나 그렇다. 이겨낸 자만이 값진 대가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모두를 다시 뛰게 만드는 이유이지 않은가?
[2010년 2월 16일 제 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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