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으로 목조건축 현장을 견학하러 출장을 간 일이 있다. 출장 길에 앞서 일본의 목조건축 수요에 대해서도 들은 바 있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일본인들은 목조주택을 선호하고 있는 것인가를 알아보고 싶었다.

프리컷 공법이라는 것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소개되는 것을 보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선진화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제반 사항들이 목조주택을 짓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일본에 도착해서 견학을 마친 후 소감은 조금 달랐다. 물론 기술이나 정부의 지원, 국산재의 활용 등 목재를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소비를 이끌어 낸 것은 구매자의 판매자에 대한 ‘신뢰’였다.

당시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축물의 착공 전 건축주를 초청해 일종의 선서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날은 건축에 참여하는 모든 시공 인원이 ‘혼을 담아 시공하겠다’는 뜻을 건축주에게 전달한다. 시공자 측은 구조에서부터 전기설비, 마감까지 건축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을 건축주에게 소개하고, 다짐케 한다. 각각의 인원은 자사 직원이 아니며 시공 스케쥴에 의해 미리 계약된 외주업체의 직원들이다. 굳이 이런 행사를 갖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성을 가져서가 아니며, 단지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건축 과정에서 건축주에게 보고되는 것들이나 입주 후에도 다년간 A/S를 실시하는 것은 그리 신선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에서 소비자들은 또 다른 감동을 느끼는 듯 했다.

당시 경험한 것이 특정 지역의 특정 기업의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최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그 기업만의 특징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목조건축협회를 통해 5-STAR 품질인증을 발행하고 있다. 물론 이 인증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목조건축 전문건설업 면허라는 것이 없는 국내 실정에서 품질인증은 하나의 보증서가 된다. 목조건축이 친환경적이고 생활환경도 쾌적하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증서의 역할은 결정적인 소비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일반인들의 인식에서 목조건축은 ‘불안함’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 목조건축산업은 펜션 등 상업용 시설의 확대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주거용 단지의 개발이 필수적이고, 또 현재 그러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업용 시설 일변도의 시장에서는 어쩌면 시공 단가라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주거용 시장에서는 단가만으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된다. 그것이 5-STAR 품질인증이어도 좋고, 또 다른 무엇이어도 좋다. 소비자로부터 ‘믿음’이라는 것만 얻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2010년 6월16일 제 250호]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