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우드 김상혁 상임고문

내 친구 L은 아직도 60평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은퇴하고 크게 벌이도 없다 보니 가정부도 두지 못하고 ‘마누라가 청소를 자주 안 해서 구석에는 먼지가 쌓여 있어’하고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왜 집을 줄여서 이사를 가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직 딸자식 하나가 시집을 안 가서’라고 답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투기를 하는 사람들이 집을 몇 채씩 사서 장사를 했고, 집을 한 채 가지고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집 값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면서 몫이 좋은 곳에 큰 집을 사서 살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평수가 작은 아파트가 평수가 큰 아파트 값을 앞서가는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 시내 은평 뉴타운에서 41평형 아파트값이 53평형 아파트값을 추월했다. 주택 시장이 실 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이제까지 집값 상승을 주도한 대형 아파트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101㎡(31평형)은 분양가에 약 1억5000만~2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지만 134㎡(53평형)은 웃돈은커녕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졌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집을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가 잘 되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딘가 씁쓸하다.

아파트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원주택 시장에서도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소형 주택의 분양 소식도 자주 들리고 있는 추세다. 최근 충북 충주 노은면에도 대지 427㎡, 건평 56㎡ 규모의 전원주택을 1억3000만 원에 분양 중이고, 강원 횡성 안흥면에서도 대지 478㎡에 건평 66㎡를 1억2000만 원에 분양하는 등 지역을 불문하고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까운 친구 P도 작년에 강원도 홍천에서 분양한 전원주택을 1억3300만원에 사서 이사를 간 일이다. 친구의 집도 대지 480㎡(145평)에 건평 60㎡(18평) 규모의 소형 주택이다.

이 같은 소형 전원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주말 주택 세컨드하우스 형태의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나 관리가 적당한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소형 전원주택은 세컨드하우스 붐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토지만 분양하고 주택은 분양 받은 사람이 알아서 짓는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주택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분양을 하기 때문에 분양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편리하다고 해, 이 역시 세컨드하우스 붐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라는 것이 크든 작든, 별장을 갖자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듣기에 따라서는 씁쓸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를 통해 목조주택 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필자도 걱정거리 없이 조용한 시골의 소형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확실히 소형주택의 붐과 세컨드하우스의 인기를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일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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