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라는 단어를 목재산업과 연관 지으면 ‘과열’ 또는 ‘유혈’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서로간에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겨루는 것이 경쟁의 의미인 만큼 치열함을 내 비추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목재산업에서 경쟁은 치열보다는 ‘치사’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목재산업의 치사한 경쟁은 여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수준 이하로 떨어뜨려 시장 가격마저 붕괴시켜버리거나,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싼 목재를 비싼 목재인양 파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겉에만 살짝 방부약제를 묻히는 둥 마는 둥 해서 방부목이라고 파는 일도 있다.

물론 다수의 목재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어떻게 하면 양질의 목재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겠지만, 어딜 가나 물을 흐리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복불복 게임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1박2일’ 스타일의 예능감을 가진 업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경쟁은 경쟁자 간의 발전을 이끌어 내 속해 있는 사회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목재산업에서는 이러한 경쟁의 의미는 퇴색한 듯 보인다.

국내 목재업계에서 20년 이상을 종사해 왔다는 모 업체의 대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놈의 목재업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목재산업의 힘이 더 약해졌다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국내 목재산업은 방치되다시피 했다”며 “나 스스로도 목재산업에 종사하면서 얘기하기는 부끄럽지만, 경쟁다운 경쟁으로 질적 향상을 이루는 데 노력하지 못했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20년을 경험하지 않았어도 지금 우리나라의 목재산업을 21세기에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쟁다운 경쟁을 하지 않아서 정체돼 있다고 한다면, 20년 후 우리 목재산업이 변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혹자는 “우리 목재산업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해 조정자가 필요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스스로 역사를 바꿔보기에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업으로서 힘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과열경쟁이 만들어 낸 폐해라는 해석이다. 발전이 없는 목재산업의 모습도,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모습도 잘못된 경쟁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목재산업이 성장해야 그 안에 속해 있는 기업들의 환경이 좋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목재산업이 회복하거나 또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발전적인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목재산업에 치사한 경쟁이 남아있는 한 20년이 아닌 200년이 지난다 해도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