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건축 이현욱 소장
사람의 얼굴은 눈의 형태에 따라 인상이 결정된다. 그만큼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건물도 마찬가지여서 창문의 형태에 따라 그 건축물의 인상이 결정된다. 동그란 창, 네모난 창, 큰 창, 작은 창, 비둘기창 등 다양한 형태의 창이 있다.

여러 종류의 창 디자인을 떠나서 실용적인 면으로 창문을 보자. 디자인으로 얘기를 하면 더 이상 쓸 얘기가 없다. 적은 돈으로 단독주택에 살기 위한 대전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건축가들의 꿈은 큰 창이다. 바깥의 경치가 좋을수록 창은 커진다. 건축주도 마찬가지다 땅을 고를 때 주변의 경치를 본다.

어느 건축주가 물어봤다. “이쪽 경치가 좋아서 땅을 샀어요. 거실에서 경치가 다 보이게 창을 크게 내주세요. 근데 창이 크면 춥지 않나요?” 시공업자가 대답했다. “문제없어요. 우리나라 창호기술이 좋아서 안 추워요. 3중창 비싸지도 않고 단열이 훌륭해요.”

대부분 지어놓고 후회한다. 3중창의 효과는 없다. 여름에 너무 많은 열이 들어와 실내가 뜨겁다. 에어컨은 필수가 되고 창문 위에 처마까지 없는 경우는 낯에 들어온 열기가 밤까지 이어진다. 이쯤 되면 바람이 없는 날에는 아무리 창문을 열어도 에어컨 없이는 못 잔다. 겨울에는 반대다. 실내 열이 창문을 통해 다 나간다. 3중창 아닌 4중창이어도 마찬가지다. 벽체보다 창문은 단열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창문이 크면 낯에야 빛이 실내로 들어와 따뜻해지는 것 같아도 어두워지면 실내가 금방 추워진다.

학생시절 생각이 난다. 큰 창을 통해 실내에서 자연과 대화가 가능한 집. “와~ 멋지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학교 건축과 학생들 졸업작품 품평회에서 이 말 안 나오면 졸업을 못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자연과의 대화는 이내 전쟁으로 바뀌고 좋은 경치도 자꾸 보면 별로다. 대지가 한 400평쯤 되면 큰 창으로 넓은 뷰를 보면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없지만, 70평이면 밖에서 안이 다 보인다. 밤에 불 한번 켜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다. 이래도 큰 창을 고집한다면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해보겠다.

3년 전 남양주 에코빌리지 프로젝트 때문에 캐나다에서 에너지 설계팀이 방문했다. 내가 설계한 집이라 자신있게 브리핑했지만, 결과는 너무 창피했다. 캐나다 측이 물었다. “창문이 왜 이렇게 커요?” 답했다. “자연과의 대화죠. 골프장뷰가 너무 좋아서…” 캐나다 측에서 반문했다. “자연과의 대화를 꼭 실내에서 해야하나요? 창문 열고 나가서 보면 안돼요?”

아직도 이 말이 귀에 생생하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맞는 얘기다. 자연과의 대화는 실내에서 한계가 있다. 건축가가 아무리 대단한 설계로 자연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여도 창을 열고 나가서 하는 자연과의 대화는 이길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툇마루와 대청마루에서 그랬다.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을 캐나다사람들에게서 다시 듣게 된 것이다. 이 날 나는 건축을 다시 배우게 됐다. 그 동안 나는 겉멋만 들었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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