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재 활용에 대한 산림청의 노력은 이제 한옥 산업화에까지 미치게 됐다. 가구재부터 인테리어자재, 펠릿연료, 보드류 원재료 등 국산재를 활용할만한 것이라면 뭐든 다 내줄 것 같이 산림청은 연간 300만㎥의 국산재 공급을 얘기하며 안정화를 약속하고 있다.

어쩌면 한옥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목재를 소비할지도 모를 산업이기 때문에 산림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듯 하다. 30평짜리 한옥을 한 채 짓는데 75㎥의 목재가 소비된다고 하니, 1000채만 지어도 7만5000㎥의 목재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각지자체의 한옥관련 사업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책정된 예산만 1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한옥산업에서 사용하게 될 목재 사용량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과연 그 많은 수요를 감당할 만큼 국산재가 확보돼 있는지도 궁금하고, 그만큼 품질이 되는지도 의심스러운 일이다. 관련법 부재로 인해 한옥도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무허가 건축물에 해당한다. 전문 건설업 면허가 없는 상황에서 품질의 기준도 없이 지어졌을 경우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국산재의 유통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옥에 국산재 공급이 확대되는 일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산림청이 국산재를 한옥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환영하는 바이지만, 무분별한 공급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림청이 진정으로 국산재를 한옥에 활용하고 싶고, 또 다른 여러 산업분야에 국산재를 공급하고 싶다면, 우선 유통구조와 품질관리부터 실시해야 한다.

국산재를 사고 싶어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모르는 소비자들과 국산재로 한옥을 짓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국산재를 수급해 오는 건축업자가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국산재 사용 활성화라는 단어조차 사치다.

지난달 개최된 국산목재 이용 한옥 심포지엄에서 스튜가이앤씨 최원철 대표가 발표한 내용은 산림청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의 발표 중 육송 170㎥을 구입하기 위해 45일간 동해와 삼척, 태백, 진부를 오갔다는 내용이 있다. 또 120㎥을 제재하기 위해 35일이 소요되고, 인공건조를 위해 90일이 소요됐다고 한다.

한옥에 사용할 국산재를 마련하는 데만 170일이 걸렸다는 셈이다. 국산재 유통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재를 한옥재로 공급하려 한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다.
 

산재 공급 활성화는 공급이 될만한 환경이 만들어 진 후에 생각할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산림청은 국산재를 어디어디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만 세울 것이 아니라, 국산재가 거래되는 시장 형성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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