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바람은 나날이 매서워져도,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고, 배우고, 연마하고자 하는 목공인의 열정은 날이 갈수록 더 뜨거워만 지고 있다. 특히 높은 수준의 고수(高手)들일수록 책이나 일반 공방 교육만으로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국내 취미 목공의 수준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데 반해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교육 콘텐츠가 아직은 미비한 까닭이다.

이에 공방 또는 목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목공 관련 장인들을 초청해 시연회를 여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개인으로서는 쉽사리 만나기 힘든 장인의 솜씨를 실제로 보며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시연회는 알찬 교육의 장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달에도 두 건의 의미 있는 시연회가 열렸다. 인터넷 목공동호회인 우드후드(woodhood)에서 주최한 일본 수공구 장인 초청 시연회와 나비우드목공방의 생옻/정제옻칠 시연회가 그것이다. 장인의 눈부신 솜씨와 배움의 열정이 가득했던 두 현장으로 찾아가 보았다.
 

일본 수공구 장인 시연회

▲ 일본 미키市 최고의 끌 제작 장인인 다카다 요사쿠 선생.
지난 12월11일 서울 계동 만해당에서는 우드후드의 초청으로 일본 수공구 장인 일행을 초청해 공개 시연회를 가졌다.

초청된 장인들은 끌 제작 장인 다카다 요사쿠, 대팻집 세팅의 달인 니무라 마사가트, 대패날 제작 장인 요코야마 구니오를 비롯한 7인으로 일본 내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대우받는 이들이다.

수공구가 발달한 일본의 기술을 습득하고 한·일 목공인의 친선교류를 꾀하고자 마련된 이번 시연회는 대패 및 끌 연마법과 대팻집 세팅법 시연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시연회에서는 ‘조선 대패’와 일본에서 출토됐다는 ‘백제 끌개’가 함께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조선 대패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반 대패가 몸 안쪽으로 당겨 대패질을 하는 것과 달리 몸 바깥쪽으로 미는 방식의 ‘밀이 대패’로 손잡이용 자루가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조선 대패에 대한 자료는 남아있는 것이 없으나 조선대패복원위원회가 김홍도의 ‘즙와도’에 그려져 있는 대패를 추정·복원한 것.

백제 끌개는 네모난 나무틀(대패집)에 대패날을 붙인 ‘틀대패’와 달리 자루 형태의 ‘자루 대패’이다. 본래 일본 전통의 수공구로 알려져 있었으나 일본 내 백제 고분에서 출토됨으로써 백제 유민들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는 주장이 학계에서는 확실시 되고 있다.

▲ 대패집 세팅의 달인 니무라 마사가트 선생.
행사를 기획, 진행한 조성전 씨(목선인 대패교실 대표)는 “‘철물의 거리’로 유명한 일본 남부 지방의 미키市는 본래 백제 유민이 일본에 건너가 건설한 철물 단지”라면서 “이를 잘 이어받은 일본은 세계적인 규모의 대패대회가 매년 열릴 정도로 대패 문화가 발달해있는 반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공구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 것들이다”라며 국내 수공구 문화의 실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 일반 대패
▲ 백제 대패
▲ 조선 대패

생옻/정제옻칠 시연회

▲ 옻칠 시연 중인 옻칠 장인 김광복 선생.
나비우드 목공방은 지난 12월23일 옻칠 전문가 김광복 선생을 초청, 나비우드 목공방 교육생을 대상으로 옻칠 시연행사를 가졌다.

남원에서 ‘옻칠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의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복 선생은 옻칠 경력이 32년으로 생칠 분야에서는 최초의 인간문화재인 신중현 선생의 제자다.

옻칠은 나무의 생진을 추출한 천연 도료로 잠수함의 도막제로도 사용될 정도로 강한 칠이다. 인체에 무해하고 방습, 방염, 항균 작용이 탁월하며 열 전도율이 낮아 옻칠한 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만지기가 어렵지 않다. 특히 세제 없이도 기름기가 잘 닦이는데 옻칠 목기에 담는 사찰 음식이 참기름, 들기름 등을 많이 써도 물로만 씻는 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이 원리다. 뿐만 아니라 옻칠 목기에 담은 밥은 잘 쉬지 않는다는 것이 김광복 선생의 설명이다.

유오현 대표는 “옻칠은 주로 명품가구에 쓰이는 것으로 가구를 보다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방편이 된다”면서 “좁은 공간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데다 기능도 탁월에 생활가구에 적합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오늘 시연회와 같이 기술이 오픈되고 비용이 좀 더 낮아진다면 앞으로 크게 저변확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나비우드 목공방은 오는 2월24일 인사동 라메르갤러리에서 열리는 ‘제4회 나비우드 목공방 교육생 및 신진작가전 전시회’의 오프닝에 앞서 두 번째 옻칠 시연행사를 공개할 예정이다.

▲ 옻칠을 직접 실습해보는 나비우드 목공방 교육생들.

▲ 상칠 상태의 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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