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건설분야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것은 ‘한옥’과 ‘패시브 주택’일 것이다.

답답한 아파트 생활과 고유가 시대를 반영하듯 현대인들은 한옥이라는 디자인과 패시브 주택이라는 저에너지소비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본지에서도 목조건축을 다룰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도 한옥이며 패시브 주택인데, 어쩐지 이 둘은 한 번도 동시에 불려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전통적인 한옥에서 현대인들이 살아가려면 여름이라면 모를까, 겨울에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있을 것”이라며 한옥이 패시브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듣고 있는 동안 어쩐지 서운한 감정이 맴돌았다.

패시브 주택 또는 제로에너지하우스로 대변되는 에너지 저소비형 주택은 미래주거환경의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것이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옥이 패시브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는 “한옥의 미래는 없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주택에서 살 수 없는 환경이 오게 되면, 한옥은 더 이상 주거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한옥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최근 한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옥을 대중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시공비도 높지만 생활이 불편하다거나 관리가 어렵다는 등 특별히 한옥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한다. 경쟁력이 고작 ‘한옥에 대한 향수’뿐이라면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하는 한옥의 우수성은 우스운 것이 되고 말 것이다.

한옥이 우리 고유의 주거양식으로서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전통을 벗고, 새로운 모습을 가져야 한다. 한옥이 기계에 의해 대량생산되고, 모습이 변하는 것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의 한옥마을은 다르지 않던가.

시대에 따라, 사람들에 따라, 환경에 따라 한옥도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프리컷으로 지어지고, 구조용집성재가 원목을 대신해도, 기와지붕이 없이 2층으로 지어지더라도 좋을 일이다. 눈으로만 한옥을 기억해야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주택의 미래가 에너지에 있다면, 한옥의 미래는 제로에너지하우스에 있다. ‘제로에너지 한옥’이라, 생각만해도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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