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H1, H2 등급이 결국 존치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산림청은 지난 2월 ‘품질관리제도 설명회’를 통해 목재 방부·방충 처리기준에서 실내 사용환경 등급인 H1과 H2를 제외시킨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설명회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의 강승모 박사는 “H1, H2 등급이 H3 이상이 쓰여야 하는 야외에 사용돼 하자가 발생해왔기 때문에 불량방부목 생산을 실질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H1, H2 등급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전달했었다.
그러나 품질관리제가 본격 시행되는 10월에 접어들자 ‘H1, H2를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산림청 확인 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행일을 하루 앞둔 9월30일 캐나다 대사관 공사가 산림청 목재생산과를 방문해 한 사실이 알려져 업계에서는 캐나다 대사관 측의 민원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캐나다 측은 이날 H1, H2 등급 삭제에 대해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산림청 목재생산과 허남철 담당관은 “시기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부터 고려해왔던 부분”이라며 부인했다. 또 허 담당관은 “애초에 고시를 개정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고시대로 가는 것뿐”이라며 “업계에서는 이미 삭제가 된 것으로 다소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삭제 방침을 발표하고선 시행 전까지도 고시 개정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허남철 담당관은 “임업진흥원 설립이 추진되면서 품질관리파트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산림과학원과 산림청 목재생산과 사이에 교류가 잘 되지 않아 일이 지체됐다”라며 업무 추진이 미진했음을 인정했다.
이러한 산림청의 ‘오락가락·유야무야식’ 행정에 업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방부업계 관계자는 “삭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면 속히 고시를 개정하고 일을 추진했어야지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집행 직전에 방침을 바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삭제한다는 말만 듣고 준비한 업체들만 바보가 됐다”고 공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방부목, 수입목재업체들, 캐나다우드 등의 계속되는 민원에 시달리기 싫어서 산림청이 뒤로 물러앉았다”고 표현했다.
중동의 김태인 대표는 “애초에 나도 H1, H2 등급 삭제를 반대했었으나 불량방부목 근절을 위해서는 현 실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소 법령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기적인 단계이므로 우선 불량방부목 문제를 정리하고 차차 보완해나가는 쪽으로 합치가 됐었다”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린 지금 불량방부목 문제가 또 다시 재현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또 “한국목재보존협회 회원사들 중에도 벌써부터 ‘이렇게 된 이상, H2만 찍어내겠다. 규격 표시만 하면 됐지, 현장에서 엉터리로 쓰든 상관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산림청이 왔다 갔다 하니, 생산업자나 유통업자도 혼란스러워 시장을 관망만 하고 있다. 수입업자들이 (등급표시)도장 안 찍은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H1, H2를 존치시키기로 결정된 만큼, 현장에서의 관리 단속 강화가 시급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산림청에서 전담 단속반도 없는 상태에서 현 인원으로 품질관리 업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동 김태인 대표는 “외국처럼 협회에 품질관리 업무를 이관하거나 방부파라치·목파라치 등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산림청 측에 제안한 바 있으나 실행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허남철 담당관은 “방부목 업계는 물론이고 단속 담당 공무원들로서도 단속이 일상적인 패턴의 업무가 아니다보니 ‘지금까지와 별다를 게 있겠느냐’는 인식이 있어, 이에 대한 홍보가 우선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에 품질관리제도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공지하고, 일제 단속기간을 설정해 운영하는 등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행 품질표시제 기준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도 이뤄질 전망이다. 산림청에서는 국민대 김영숙 교수에게 용역 의뢰한 ‘방부목재 품질시험방법 개선 및 관리방안연구’ 결과가 11월 말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캐나다우드 정태욱 소장은 “H1, H2가 있고 없고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실정에 맞는,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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