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우드 김상혁 컨설팅 고문
 얼마 전 남미 페루에서 16년간 살면서 데크재를 만들어 한국·중국 등으로 수출했던 한 업자를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는 그가 경험한 건조의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는 주로 마사란두바(Masaranduba)라는 나무로 데크재를 만들었는데 마사란두바 같이 딱딱한 나무를 건조하다 보면 휘어짐이 발생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해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나중에 방법을 달리해서 3일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내서 건조했더니 휘어짐도 덜 생기고 갈라짐도 덜 일어나더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 왔을 때 건조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모 大學 출판부에서 발간된 최신 건조학이라는 책을 사서 봤더니 외국책을 이것저것 번역해서 짜깁기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자기가 경험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라 책을 찢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책을 읽어 본 일도 없고, 건조 전문가도 아니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할까 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광화문 현판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을 기해 복원된 광화문의 현판이 3개월 만에 쩍하고 갈라졌을 때, 사회 각계에서는 ‘제대로 건조된 목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라는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넓고 큰 나무만 찾을 것이 아니라, 100년 200년 된 나무만 찾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건조된 목재를 사용하였다면 갈라짐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건조에는 기다림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의 목재인들은 건조를 제대로 할 줄 몰라서, 건조의 기술이 없어서, 건조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이 없어서, 제대로 건조된 목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인간문화재인 대목장은 있어도 건조에 대한 장인(匠人)은 없다. 왜 그럴까? 목조주택업계에서 은밀히 회자하는 말이 있다. “건조를 제대로 하는 업자는 바보다”라는 말이다.

얼마나 경비를 아끼고 싶었으면 제대로 건조하지 않은 목재로 집을 지을까. 최근 목조주택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된 SPF 구조재가 주로 쓰이고 있다. SPF는 스프러스(Spruce), 파인(Pine), 퍼(Fir)가 섞여 있다는 말이다.

스프러스와 퍼는 강도도 약하고 파인보다는 집을 짓는데 적합하지 않은 목재이다. 그럼에도 SPF가 목조주택을 짓는데 많이 사용되는 것은 철저한 건조목이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앞으로 목조주택시장도 점점 커지고 국산재이용도 많이 될 전망이다. 얼마 전 TV에서 공주의 한옥 처마 밑의 서까래가 시퍼렇게 변하는 모습이 방영되는 것을 봤다. 기와가 잘못 되서 그렇다고 하는데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목재의 수명은 제대로 된 건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고려시대 박달나무를 바다에 10년 담갔다가 10년 건조해서 만들었다는 팔만대장경. 오늘날까지 건재하고 있지 않은가?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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