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재료공학과 박문재 과장
 2010 밴쿠버올림픽 빙상 경기장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은 우리에게도 낯익다.

하지만 이 오벌이 목재로 만든 집성재와 우드웨이브 패널 신공법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벌은 경간이 100m에 달하는 14개의 대형 집성재 아치로 구성된 지붕 구조와 V자 모양의 목재웨이브 패널이 빼어난 멋을 자랑한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도 실내 스포츠센터로 각광받고 있다.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조림 성공국으로 ㏊당 125㎥의 입목축적을 보이며 산림자원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예로부터 강원도 금강소나무는 궁궐 등의 최고급 한옥재로 쓰였다.

어느 대목장은 “나이 들어 저물어가는 나무를 보면 그 나무를 다시 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고 했다. 나무를 베어 잘 말리고 켜서 기둥이나 대들보로 만들어 목조건축으로 지으면 나무를 또 다시 살게 하는 것이다.

나무도 나이 들면 자라는 속도가 늦어지고 CO₂흡수량도 줄어든다. 충분히 자란 나무를 베어 도심에 목조건축의 숲을 가꿔 목재에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베어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 왕성하게 자라게 한다면 환경을 살리고 돈도 벌게 되는 원리이다.

우리 민족은 탁월한 기술로 646년 삼국시대에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었고, 이 기술을 전파해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호류사 5층 목탑을 짓도록 도왔다.

그러나 우리가 멈칫하는 사이 일본, 북미, 유럽에서는 9층 목조 아파트를 비롯한 대형 목조건축물을 짓고 있으며, 경간 160m가 넘는 목조 돔구장도 만들고 있다. 세계적 명소가 될 평창 동계올림픽경기장을 우리 낙엽송과 소나무, 잣나무로 지을 것을 제안한다. 평창에 친환경성이 입증된 멋진 목조 경기장을 지어 에코 올림픽의 새 지평을 열고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극대화하자.

강원도산 목재로 리치몬드 오벌 규모의 경기장 1동을 지으면 목재 속에 저장되는 CO₂양은 2,900톤이고, 다른 건축재료 대신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배출이 저감되는 CO₂양은 5,900톤으로, CO₂ 배출저감량 전체는 8,8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숲 면적의 40년생 소나무림이 9년간 흡수하는 CO₂양과 같은 양의 CO₂배출을 줄이거나, 중형 승용차 1100대가 지구 1바퀴 돌 때 대기중에 배출되는 CO₂양 만큼 저감해 지구상 기후변화를 지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최고의 악기를 만드는 천연 목재 하이테크 소음저감기술을 적용하면 경기 중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 기록단축에도 도움을 준다. 목조경기장은 우수한 내진성능과 친환경성, 내화성, 흡음·차음성을 비롯, 아름다움과 따뜻함, 친근감까지 더해준다. 나아가 국제적인 명품 복합스포츠센터로 운영한다면 흑자 올림픽에도 기여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