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시장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 시장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건축주가 시공사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당 가격을 낮춰 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이 존재하는 한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당 얼마에 짓느냐”고 물어 오는 건축주의 의식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콘크리트 아파트도 3.3㎡(평)당 건축비가 1천만원을 넘는데 어떤 목조주택은 250만원이면 지을 수 있다고 자랑스레 홍보한다. 하지만 저가 마케팅을 내세운 회사가 오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자신도 시장도 모두 망가뜨릴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어지는 대부분의 목조주택은 주문주택이다. 주문주택은 분양주택에 비해 2~3배 비싸게 지어져야 맞다. 한 채씩 지어지는 목조주택은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되고 시공 도중에도 설계나 소재가 변경되기 일쑤다. 공기도 당연히 길어진다. 그래서 분양주택에 비해 비싸질 수 밖에 없는데 주문주택을 분양주택보다 싸게 짓는다는 게 국내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시공회사는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지다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지나친 경쟁이 낳은 가격붕괴가 그들 자신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도 싸게 지었다고 좋아할 일 만은 아니다.
저가로 지은 목조주택은 시공과정중에 여러 마찰을 빚게 마련이고 최종적으로 시공에 불만을 품은 건축주가 잔금지불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목조주택은 최소 평당 450만원 이상이 되야하고 고급품질이 되려면 평당 700만원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견적은 쌌는데 이것저것 옵션을 추가하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건축주의 불만도 만만찮다.

더불어 목조주택의 뼈대가 목재여서 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목조주택에서 목재의 비중은 15~20%에 지나지 않는다. 뼈대 부분을 철골이나 콘크리트로 세운다 해서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특히 한 채씩 짓는다면 더욱 그렇다.

목조주택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소비가 적은 건강한 주택이다. 소재뿐만 아니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해 줄 수 있는 건축공법이다. 서구에서 지어지는 최고의 주택은 대부분 목조주택이다.

건축주도 적은 예산에 큰 집을 원할게 아니라 집의 규모를 줄이는 선택이 필요하다. 시공사는 신뢰있는 시공견적과 이윤으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주문주택을 분양주택보다 못한 가격으로 짓는 바보들이 이 시장에서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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